`위험한 잡주' 몰방…우승자 수익률 172%

일부 증권사가 개최하는 모의 주식투자대회가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이라는 명분과 달리 투기장으로 변질한 듯한 양상을 띠고 있다.

심지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투자대회도 위험한 소형 종목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등 도박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키움증권이 지난 6월 말부터 한 달간 주최한 `제9회 대학생 주식모의투자대회'가 이런 문제점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4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대회에 전국 대학생 약 8천명이 참가해 사이버머니를 1천만원씩 지급받아 주식투자 수익률 경쟁을 벌였다.

최고 수익률을 낸 참가자에게는 장학금 300만원과 함께 아시아 금융시장 탐방, 키움증권 인턴십 기회를 제공했다.

키움증권은 바람직한 투자 원칙의 학습장으로 이 대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상을 보면 완전히 딴판이다.

투기기술 경연장을 연상케 하는 정황들이 나타났다.

상당수 참가자가 우량종목의 재무제표와 미래 가치 등은 뒷전이고 단기 고수익률에 집착해 투자했다.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10개 종목 중 9개는 모두 시가총액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3천억원도 안 되는 소형주들이었다.

10개 종목 중 7개가 코스닥시장에 등록돼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매매 순위에서 84위였고, 현대차도 184위에 그쳤다.

대형 우량주보다는 주가 등락 폭이 큰 소형주에 거래가 집중됐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의 종목 분석 사각지대에 놓인 소형주를 사고파는 위험한 투자 위주로 행사가 진행되다 보니 수상자들이 거둔 수익률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1위를 차지한 참가자의 수익률이 172.39%에 달했다.

도박판에서나 가능한 성과였다.

참가자들은 객관적인 데이터나 논리적 근거 없이 직관이나 개인 정보에 의존해 리스크가 높은 종목에 뛰어들어 `로또 당첨' 효과를 거둔 것이다.

대회 기간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7.21%였다.

이런 현상은 주최 측이 수익률만으로 우열을 가린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 고수익이 유일한 잣대가 되다 보니 상을 타려고 소위 `잡주' 위주의 위험한 거래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행사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자산을 운용하는 건전한 투자 기법을 배운다는 것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생은 고수익률을 기록한 모의투자 결과에 도취해 돈을 빌려 실전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모의투자대회가 투기장으로 변질하는 것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신증권이 최근 개최한 모의투자대회 `크리에이티브 트레이더(Creative Trader)'는 다른 대회에서 보기 어려운 수칙을 도입했다.

투자 대상을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이고 3개월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50억원을 넘는 종목으로 제한했다.

소형주 위주의 위험 투자를 제한하려는 안전장치다.

한 종목 투자 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내놨다.

몰방 투자를 막기 위해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모의투자대회가 건전한 시장질서 확산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반성에서 최소한의 수칙을 마련했다.

바람직한 투자자가 상을 받을 수 있는 대회라야 주식거래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