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 주요 피고인들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최근까지 이 법원에서 근무하다 법복을 벗은 전관(前官) 변호사들이 다수 모습을 드러냈다.

PD수첩 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지내고 올해 초 법원 정기인사 때 퇴직한 이상훈(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는 김태오 대전저축은행장의 변호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저축은행 감사였던 다른 두 피고인의 변호인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교사.공무원 시국선언 사건에서 재정합의부 재판장이던 정한익(20기) 변호사도 서류 가방을 들고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과 이 은행 전직 감사의 변호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에서 근무했고 이번 사건 재판장인 염기창 부장판사와 연수원 동기인 임영호 변호사(20기)는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의 변호인으로 나섰다.

촛불시위 사건 재판을 진행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제청을 하고 2009년 초 법복을 벗은 박재영(27기) 변호사도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 강성우 부산저축은행 감사가 법무법인 바른을 `방패'로 내세웠고 법무법인 화우가 변호인으로 선임된 피고인도 있었다.

반면 일부 피고인은 사선 변호인 없이 출석해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변호인 명단을 확인하는 동안 방청석에 자리한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은 이들 변호사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으며, 재판이 끝난 뒤 변호인이 피해자들과 마주치는 상황을 피하려고 재판장 출입문으로 퇴정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