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후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논란이 미국 정가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틀째인 2009년 1월 22일 수용소 폐지와 테러 용의자에 대한 군사재판 재검토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의회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빈 라덴 사살후 수용소 폐지를 둘러싸고 민주.공화 양당이 또 다시 맞붙고 있는 것이다.

수용소 폐쇄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공화당측은 빈 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던 것은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의 증언 때문이었다며 수용소 폐쇄 불가 입장을 더욱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빈 라덴의 은신처 파악은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할리드 셰이크 무하마드와 아부 파라즈 알리비 등으로부터 빈 라덴이 각별히 신임하는 연락책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원 군사위원회 하워드 벅 매키언 위원장(공화)은 "빈 라덴에 대한 군사작전은 수용시설에서 나온 정보가 테러와의 전쟁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내주 청문회를 앞두고 이번주말께 구금보안법 개정안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금은 수용소 폐쇄를 거론할 시점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빈 라덴 사살로부터 정반대의 교훈을 얻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하원 정보위 소속의 애덤 쉬프 의원(민주)은 "빈 라덴 사살로 대통령의 대테러 작전은 완전무결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관타나모를 계속해서 `성지'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 졌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켜온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고 수감자들을 적절한 민간 재판을 거쳐 미국 내의 수감시설로 이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측은 지난 3월 미국 시민권자를 포함한 모든 테러리스트를 기소나 재판 여부와 관계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명문화 하는 `구금보안법' 개정안을 도입할 것이고 밝히면서 오바마 정부의 행정명령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WSJ는 5일 매키언 위원장과 그의 민주당측 카운터 파트인 애덤 스미스 의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회동을 가졌으나 별다른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