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틀랜드주립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네이선 웽크 씨(35)는 현재 성균관대 MBA(SKK GSB)에서 JD · MBA 과정을 밟고 있다. 미 인디애나대 마우러 로스쿨의 법학전문석사(JD) 과정(3년)과 성균관대 MBA 과정(1년) 등 4년을 다니면 두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융 · 복합 코스다.

웽크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레스토랑 매니저로 근무하다 2005년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대학에선 공학을 전공했지만 앞으로는 공학과 법학,경영학을 접목해 지식 재산권 분야의 전문 변호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그는 "경영학을 공부하는 게 법무 시장에 대해 보다 넓은 안목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성장성이 큰 아시아 지역에서 공부하는 것 또한 장기적인 인생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MBA도 '융합'이 대세

융 · 복합 산업 발전에 맞춰 융 · 복합 인재를 찾는 직업시장(잡마켓)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재무나 조직관리 등 전통적인 경영 영역은 물론 법학,문화,약학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도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국내 대표 MBA들은 다양한 융합 과정을 개설,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SKK GSB의 JD · MBA 과정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로스쿨과 연계해 개설한 법학 융합 MBA 과정이다. SKK GSB의 기본 과정은 1년6개월이지만 이 과정은 1년만 들으면 MB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마친 학생은 미국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등 국제통상 및 기업법무 전문가 등 다양한 커리어에 도전할 수 있다. 로버트 클렘코스키 SKK GSB 원장은 "기업 법무 시장의 비중이 크고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미국의 많은 로스쿨과 비즈니스 스쿨이 JD · 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K GSB는 2010년 성대 로스쿨과도 JD · MBA 과정 개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해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레저사업을 겨냥한 MBA 과정도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레저 MBA 코스다. 문화 관광 호텔산업 분야에 MBA를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울대 경영대에서 학 ·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배성민 씨(38)는 레저 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이 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레저경영 MBA는 특성상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수업이 많기 때문에 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전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레저 외에도 산업보안,금융공학 등과 경영학을 융합한 MBA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와의 연계로 복수학위 취득이 가능하며,여가학 분야로 특화된 노던아이오와대와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공계 융합 MBA 과정도 다양

정보기술(IT)을 경영에 접목한 융합 과정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 대표 과학기술연구기관인 KAIST는 IT기술을 미디어에 접목한 정보미디어 MBA 과정을 운영 중이다. IT와 미디어 융합 기술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 · 유통 등 IT 미디어 전반과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경영 능력을 교육한다. 정보통신시스템,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특화된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다.

이 과정을 졸업하고 KBS미디어 해외사업부에 근무하는 유상원 씨는 드라마 '메리는 외박중'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 화면에 QR코드를 삽입한 마케팅 등 드라마에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사례를 만들어냈다. 유씨는 "방송 연출자는 현장 스태프를 통솔하고 재무,인사 등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경영자와 비슷하다"며 "점점 전문화되는 콘텐츠 제작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MOT(기술경영) MBA는 이공계 인력이 CEO가 되는 과정을 이끌자는 의도로 개설한 과정이다. 연구 · 개발(R&D),신제품 개발 등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 사업성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기술경영학과,경영학과,경영정보학과 등 건국대 교수 38명과 현직 기업인 등 외부 전문가 11명이 산 · 학 협력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동국대 MBA는 작년 9월 국내 최초로 약학과 경영학을 융합한 팜MBA(Pharm-MBA) 과정을 개설했다. 자연과학 및 약학 전공자에게 부족한 경영학 지식을 제공,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자는 의도다. 동국대는 또 연극영화과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문화 MBA 과정도 개설하고 있다. 문화예술 · 엔터테인먼트 분야 종사 희망자,기업 · 기관 내 문화예술사업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일반 경영학 외에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엔터테인먼트 법규,예술경영과 공연기획 등의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