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차대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최악의 총리를 만났다. "

일본 제1 야당인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한 민영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간 나오토 총리를 맹비난했다. 3 · 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진 이후 허술한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준 간 총리는 당장 퇴진하는 게 위기 극복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 총리에 대한 야당의 퇴진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위기관리 상황에서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간 총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지지 기반이 약한 간 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자민당의 이부키 분메이 전 간사장은 지난 14일 당내 모임에서 "간 내각 그 자체가 (일본에 있어) 대재해"라고 일갈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간 총리가) 스스로 진퇴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됐다"며 "더 이상 지금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에게 극히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 총리가 용퇴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여러 가지 복안을 갖고 있다"고 압박했다. 야당인 다함께당의 와타나베 요시미 대표도 최근 회견에서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크게 실패한 사령관을 바꾸는 일"이라며 "총리 퇴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간 총리에 대한 퇴진 요구는 여당 내에서도 나온다. 민주당 출신의 니시오카 다케오 참의원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대응과 재해지역 복구 · 재건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 총리가) 사임하는 게 좋지 않은가. 사고가 발생한 지 1개월이나 됐다. 리더십을 가진 분이 해야 한다"며 총리 교체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의 다루토코 신지 전 국회대책위원장도 의원그룹 회합에서 최근 지방선거 패배를 거론하며 "간 총리 등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일을 진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간 총리는 퇴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간 총리는 14일 밤 귀가할 때 "야당에서 퇴진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간 총리의 대변인 격인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면서 확실히 책임을 지고 싶다"며 일단 간 총리의 사퇴를 일축했다. 민주당의 2인자인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도 기자들에게 "총리와 여당이 합심해 노력해야 할 때 총리를 경질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자체가 지진 피해자들에게 실망감을 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간 총리에 대한 퇴진 압력은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간 총리 주변 인물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지지 의원을 중심으로 간 내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읽은 자민당은 다른 야당과 연합해 중의원에 내각불신임 결의안, 참의원에는 총리 문책 결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