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주식워런트증권) 생태계를 교란하는 스캘퍼(scalper)는 누구?'

검찰이 24일 ELW 부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증권사 5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하루 전 5곳에 이어 총 10곳에 검찰이 들이닥친 셈이다. '스캘퍼'들이 조사의 빌미를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정체에 관심이 몰린다. 이들은 하루 수백번에 걸쳐 수억원을 웃도는 거금을 초단타매매하며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대부분 증권사 출신 '고수'들

일반적으로 스캘퍼란 몇 분 이내의 초단타 전략(스캘핑)을 구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로 상대 매매자의 호가를 미리 파악해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매매자가 다양한 선물 · 옵션과 달리 ELW시장은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가 주로 호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공략이 쉽다.

스캘퍼들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자산 변동을 감지한 후 LP의 예상 호가를 앞서 계산한다. 호가가 오를 것 같으면 미리 사놓고 실제로 오르면 바로 팔아치우는 식이다.

사람 손이 아닌 전산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길어봐야 단 몇 초면 끝난다. 한번 얻는 차익은 주당 5~10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몇십만주씩 하루 수백번을 매매하다 보면 억대의 수익도 가능하다. A증권사 LP는 "주로 ELW시장 초기에 LP였거나 전산 시스템을 개발했던 30~40대들이 스캘퍼로 활동하며,같은 증권사 출신끼리 팀을 이루거나 10명 이상 모여 기업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4세대 스캘퍼

스캘퍼들은 공략이 쉬운 증권사가 발행한 소수 종목만 접근한다. 속도 면에서 LP를 제칠 수 있는 배경이다. LP의 경우 많게는 700~800종목 호가를 한꺼번에 제시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무겁다. B증권사 트레이더는 "3~4년 전 4~5개 팀으로 시작한 1세대 스캘퍼가 지금은 3~4세대로 발전했다"며 "LP 시스템 발달에 맞춰 호가계산 속도를 높이는 등 몇 차례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증권사와의 공조문제도 의혹을 받고 있다. 증권사 영업 조직은 점유율을 높이려고 '큰손' 유치에 적극적이다. 이때 주문속도 기법 등에서 여러 특혜를 내건다. C증권사 파생담당 임원은 "주문이 들어갈 때 확인해야 하는 안전 관련 점검 항목을 줄여주거나,전산 라인을 적게 거치도록 하면 0.01초 단위로 빨라진다"고 말했다.

후발 중소형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영업경쟁에 나서 스캘퍼들은 지난해 대거 둥지를 옮겼다. 유동성 공급 없이 ELW 영업만 하는 KTB LIG 유진투자증권 등이 압수수색 목록에 오른 것도 그 배경으로 추정된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대상에 대해 "시세조종과는 다르며 '아도사키'(화투 3장의 끝자리 수가 높은 쪽이 승자가 되는 도박)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연이틀 압수수색…고강도 수사 예고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이날 현대,대신,신한,유진투자,LIG증권 본점에 수사관을 보내 ELW 거래내역과 회계장부 등 자료를 확보했다. 하루 전 HMC투자,KTB투자,삼성,우리투자,이트레이드증권을 포함해 조사대상은 10곳으로 늘었다. 검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1항 위반을 들고 있다. 증권 등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을 기록하거나 중요사항을 고의로 누락해 재산상 이익을 얻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김유미/임도원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