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유럽을 처음 방문했을 때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성냥갑처럼 네모 반듯한,그저 그런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과는 대비되는 건물들 때문이었다. 유럽의 건물은 조각과 장식으로 치장해 도대체 심심한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카메라만 가져다 대면 작품이 되는 '명품 건물'도 수두룩했다. 건물이 도시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다.
길거리 건물이 그랬을진대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받는 충격은 어떠했을까. 지금까지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 작품은 로마에서 본 피에타 상이다.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 작품이라 불리는 이 조각은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실제 내 눈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의 힘은 그처럼 대단했다.
시간이 흘러 지난달 파리모터쇼 참관을 위해 모터쇼 전시관을 둘러보다 다시 한번 예전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틀의 짧은 일정 때문에 정신 없이 전시장을 휘젓고 다니던 중 한 자동차 부스에서 '명품'을 발견한 것이다. 발걸음을 멈춘 채 넋을 놓고 자동차를 바라본 이는 나뿐이 아니었다.
파리모터쇼를 방문한 수많은 이들을 한눈에 사로잡은 차의 정체는 재규어 C-X75.차를 보며 '멋지다''멋있다''잘빠졌다'가 아닌 '아름답다'라는 탄성이 나온 것은 이 차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C-X75는 재규어가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최초로 만든 전기 컨셉트카다. 195마력을 내는 전기모터가 네 바퀴를 움직이게 한다. 최고출력 780마력에 달하며 제로백 3.4초,최고 시속 330km가 가능하다. 최첨단 가스터빈과 플러그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슈퍼카 급의 성능을 뽐내는 셈이다.
특히 친환경이란 자동차 시장의 화두에 맞춰 배기가스 등 공해물질은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수치보다 그 아름다움에 먼저 빠져들 수밖에 없다. 마치 살아 있는 어떤 물체를 표현하듯 우아한 곡선과 굴곡이 차량 전반에 걸쳐 흐른다. 어느 한 곳도 기존의 자동차와 비슷하거나 심심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흡사 '미술 작품'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아름다운 이 자동차는 사람과 교감하고 피드백을 주며 달릴 줄 안다. 그것도 매우 빨리.
이런 아름다운 차들이 미래의 도로를 달린다면,답답한 회색 톤의 도로도 그럴듯한 근사한 전시장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루빨리 이런 아름다운 차들이 우리의 도로를 지배해주길 바래본다.
수입차포털 겟차 대표 choiwook@getc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