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동국대ㆍ서울여대에 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10일 종교재단이 설립한 대학이라도 행정직원을 뽑을 때 지원 자격을 특정 종교인으로 제한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동국대와 서울여대에 채용 관행을 바꾸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이모씨는 지난해 하반기 동국대와 서울여대의 행정직원 모집에 응하려다 각각 불교와 기독교 신자로 지원 자격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채용공고에서 동국대는 조계종 산하 사찰의 직인이나 주지 스님 인장이 날인된 '불교도신행증'을 제출하도록 했고, 서울여대는 서류로 교회 출석증명서를 요구했다.

결국, 원서를 내지 못한 이씨는 종교를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을 바로잡아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두 대학은 재단이 종교이념을 구현하려는 목표로 학교를 세웠으므로 신앙생활을 하는 직원만 채용하겠다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신앙인이 아니면 직원으로 채용되더라도 조직 적응이 쉽지 않고 건학이념 등을 기준으로 봤을 때 평가도도 낮아져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들 대학은 설립자의 종교적 건학이념이 반영돼 국공립대와 성격을 달리하지만 학교로서의 공공성도 갖고 있다"며 "특정 종교를 가지지 않은 지원자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행정직 직원은 교리 전파보다는 학교조직 운영이나 관리 사무를 주로 담당한다"며 "신앙이 해당 직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조건이 되는 건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신자가 아니라고 해서 채용 후 근무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줄 수 없으며 이는 종교재단이 세운 학교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가 없다"며 "인사상 불이익이나 조직 부적응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지원자를 원천 배제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견과는 달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회복지부위원장을 지낸 김양원 위원과 동국대 불교대학원장 출신인 한태식 위원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때는 두 권리를 모두 실현할 조화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노사협의나 관련 부서의 승인, 종파 간 합의 등을 통해 모집 제한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