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안 확정 때 '봇물' 예상 …소송 땐 '장기 표류' 전망도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에서 신고만으로도 집회ㆍ시위를 열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13일 의결함에 따라 앞으로 서울광장 이용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광장에서는 2004년 개장 이래 올해 6월 말 현재까지 총 717건의 행사가 열렸다.

그 중 경찰 신고를 거쳐 열린 집회나 시위는 32건(4.5%)에 그쳤고 40건은 경찰이 불허한 상태에서 강행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은 그동안 서울시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으로 광장 사용 목적을 규정한 현행 조례 1조를 명분으로 시위나 집회를 막아왔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서울시는 "집회 규제는 경찰 소관이며 헌법적 권리를 시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그동안 다른 행사가 있다거나 광장 조성 목적에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의회의 이번 조례안이 최종 확정되면 서울시는 광장 사용 관련한 명분과 절차 모두를 내주게 돼 각종 정치성 집회를 비롯한 서울광장 사용 신고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서울광장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려던 시민단체 등은 시가 이를 불허하자 상당수 행사의 목적과 성격, 내용을 변경해 개최한 바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조례가 규정하는 광장의 목적 자체가 바뀌면 집회나 시위 신청을 하는데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행사가 조화롭게 열리는 광장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시의회가 서울광장 등의 사용과 관리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는 시민위원회에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행사의 수리 여부 등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시의회 의장이 위원회 전체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민간위원 전원을 추천할 수 있게 한 것도 서울광장에서 정치집회가 대거 열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즉 서울시가 설사 특정 집회를 행사 중복 등의 이유로 불허하더라도 이번 조례안 개정을 추진한 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장이 추천한 인사가 주축이 된 위원회에서 이를 뒤엎을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례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효력을 지니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가 조례 개정안을 의결하자 서울시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특정 단체나 집단의 손을 들어줄 때인지, 말없는 많은 다수 시민의 손을 들어줘야 할 때인지 현명히 판단해야 한다.

집단ㆍ단체의 권리는 강화되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민은 쫓겨나는 광장에 행복한 서울시의 미래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또 "시민위원회 위원 과반수를 의장이 추천토록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단체장이 맡는 집행 업무에 대한 고유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법절차상 문제가 있는 개정안으로 다수의 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시의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조례안 재의를 요구하면 시의회는 다음 회기에 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거쳐야 개정안을 최종 확정할 수 있다.

더욱이 시의회가 재의에서 개정안을 다시 의결하더라도 서울시가 대법원에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소송'을 가처분 신청과 함께 낸다면 서울광장을 둘러싼 시의회와 시의 논쟁은 기약없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대변인은 "시의회 재의에서도 개정안이 의결되면 시민 정서를 감안해 행정소송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