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공항으로 꼽히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건설 역시 시작부터 끝까지 격렬한 반대 속에 진행됐다. 수많은 억측과 황당한 주장들이 '과학'과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건설계획 발표 직후부터 개항 직전까지 끊이지 않았다.

김포국제공항을 대체할 새로운 국제공항 건설이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께부터. 정부는 1990년대 중반이면 김포공항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고 김포공항 확장과 신공항 건설이라는 두 가지 안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이 중 김포공항 확장 방안은 △주변에 장애구릉(계양산 360m)이 있어 항공 안전에 문제가 있고 △약 10만호가 인근에 밀집해 있어 소음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점 등 때문에 일찌감치 폐기됐다.

정부는 신공항 부지로 서울 도심에서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100㎞ 이내 지역 중에서 주변에 대한 소음 피해가 없는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때 예비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이 영종도와 시화지구 등 3~4곳이다. 1990년 정부는 후보지의 여건을 비교 분석해 영종도를 신공항 최종 후보지로 결정,발표했다.

곧바로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의 반대 운동이 시작됐다. 녹색연합 환경연합 가톨릭환경연구소 환경정책연구소 인천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과 학계 인사들은 '영종도 신공항문제 공동대책협의회'를 결성했다.

다양한 반대 논리들이 쏟아졌다.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이 안전성 문제였다. 신공항문제 공동대책협의회 의장을 맡았던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당시 언론 기고와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갯벌을 매립해 활주로를 만들면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지반이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여러 가지 환경적 문제점들을 해결한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종도 신공항 계획은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권오혁 단국대 강사,최중기 인하대 교수 등 다른 반대론자들도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인천공항이 동아시아 허브공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작고,영종도에 국제공항을 지을 경우 수도권에 더 많은 사람과 자본이 집중돼 국토 균형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불가론을 폈다. 이 밖에 "공항 예정지가 철새 이동 경로여서 새와 비행기가 충돌할 위험이 있다" "세계 주요 공항 가운데 해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유일한 공항이다" 등 다양한 반대 논리들이 제기됐다. 권오혁 강사는 "신공항 사업 공사를 조속히 중지하고 문제점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언론들도 영종도 공항에 회의적이었다. 언론사들은 사설 등을 통해 '영종도 신공항 입지 선정 잘못'(D일보) '영종도 신공항 재고돼야'(K신문) 등 사업 재고를 권고했다.

건설 과정에서는 부실 공사 의혹도 불거졌다. 경실련은 인천국제공항 터미널에서 감리원으로 일했던 J모씨의 주장을 근거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여객터미널 감리단장,건교부 신공항건설기획단장을 직무유기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논란은 개항 직전까지 이어졌다. 독일계 공항운영 컨설팅회사인 DLiA사는 공항의 안전 문제와 시스템 운영체계를 점검한 후 개항 직전 당시 강동석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23개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현재의 공항 준비 상태로는 수하물 처리와 승객 안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개항 시기를 늦추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그러나 예정대로 2001년 3월29일 개항을 강행했다. 문제는 없었다. 반대론자들의 '수요예측 과다 산정' 주장 때문에 활주로 하나로 출발했던 공항은 곧 당초 계획대로 활주로 한 개를 더 보강해야 했다.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공항분야 노벨상'이라는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를 차지했다. 1993년 평가가 시작된 이후 한 공항이 5년 연속 1위를 한 것은 처음이다. 인천공항이 얻은 5점 만점에 4.99점 역시 역대 최고 점수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