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경찰이 아시아인들에게 집에서 도둑을 맞지 않으려면 아시아인이 사는 집이라는 티를 내지 않는 게 좋다는 충고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오클랜드 경찰의 동남아 출신 주민 담당인 거프릿 아로라 경사는 10일 뉴질랜드 언론을 통해 아시아인 주민들은 집에 자기 출신국의 국기를 게양하지도 말고, 종교 행사도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게 하는 게 절도 등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도둑들은 동남아 출신 주민들이 집에 상당히 많은 양의 현금이나 보석들을 보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많은 절도 사건이 동남아 출신자들이 사는 가정이라는 표시가 있는 집을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종교적 표시나 특이한 차량 번호, 종교적 행사가 있을 때 집 밖에 등을 걸어놓는 등의 행위는 도둑들에게 좋은 표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로라 경사는 자신의 충고는 오클랜드에 사는 아시아 출신 주민들에게 한 말이지만 뉴질랜드에 사는 모든 아시아인들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출신국의 국기 등 자신들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알리는 물건들을 집밖에 내걸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아시아인 교민사회는 경찰이 도둑은 놓아두고 피해자들에게만 조심하라는 이상한 충고를 내놓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뉴질랜드 거주 인도교민회의 프리티팔 싱 회장은 충고는 선의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공정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상당히 이상한 충고로 경찰이 이에 대해 설명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경찰은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거주 중국화교회의 스티븐 영 전국회장도 경찰의 요구는 범죄에 대해 소극적인 대처 방안이라며 "그것은 마치 우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살면 그들에게 문제를 덜 일으키게 된다는 식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문화에 대해 보이지 않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중국계 학자인 가오 홍지는 아시아인들에게 티를 내지 않도록 하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법률적 도움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출신의 팬시 웡 인종문제 장관도 경찰의 충고는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