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샤오윈루의 현대자동차 빌딩에서 한국대사관 쪽 골목으로 꺾어지면 흑갈색 빌딩들 사이에 노란색 외벽을 한 5층짜리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홈 인 루자'(Home Inn 如家)란 영문과 중국어 상호가 나란히 걸려 있는 이곳은 1년간 평균 숙박률 90%를 자랑하는 저가호텔 체인인 루자호텔.

루자호텔은 최근 '루자 모델'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매출과 체인점 수를 각각 10배 안팎으로 늘린 '속도' 때문만은 아니다. 후발업체이면서 서양식 이코노호텔도,중국식 저가 숙박업소도 아닌 '제3의 방식'으로 성공한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영업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루자호텔은 양과 질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중국식 발전 방식의 모범사례"(일간지 여유만보)란 칭송이 끊이지 않는다.

◆3무(無)와 B&B 탈피

샤오윈루 루자호텔의 문을 들어서자 여느 호텔과 다른 점이 느껴졌다. 호텔 문을 열어주고 가방을 받아주는 벨보이가 없다. 리메이칭 객실매니저는 "단체 관광객이 많거나 도매상인들이 주로 찾는 대형 상가 옆 체인점을 제외하곤 벨보이를 두지 않는다"며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팁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하게 된다면,그것은 고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국 호텔들이 식당만큼이나 필수 시설로 여기는 사우나와 가라오케 바도 루자호텔 안에는 없다. 루자호텔은 그래서 다른 호텔과 달리 이들 세 가지가 없다는 뜻에서 '3무(無) 호텔'로 불린다.

대신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웬만한 호텔에서는 하루 100위안 이상 내야 하는 인터넷 이용대금을 루자호텔에선 한푼도 받지 않는다. 침대는 4성급 호텔에서 사용하는 고급 제품으로 채워졌다. 방마다 비치한 칫솔이나 물컵 수건 등은 두 가지 색으로 나뉘어 있다. 한 방에 함께 묵은 손님들끼리 섞어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호텔 안에는 매점이 아닌 프런트 데스크에서 물건을 판다. 상점을 임대하면 손님들이 임대료만큼 비싼 값에 물건을 사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프런트 데스크 옆 진열장 안에는 일반 호텔에서 개당 10~20위안 하는 칫솔이 2위안,30위안가량 하는 컵라면은 5위안 등의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서양의 저가형 호텔을 상징하는 'B&B(Breakfast & Bed)'와도 거리가 멀다. 서양식 저가호텔은 잠자리와 아침식사만 제공할 정도로 서비스를 최소화해 가격을 낮춘다. 그러나 루자의 지향점은 다르다. 쑨지안 회장(46)은 "고객의 편안함을 위한 서비스를 최대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자(如家)란 말은 '집과 같다'는 뜻으로 과도한 시설과 보여주기 위한 서비스를 없애 가격에서 거품을 빼되,고객 만족을 극대화한다는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고 호텔 관계자는 설명했다.

◆복제의 미학

루자호텔은 지난 6일 현재 전국 137개 도시에 734개의 체인망을 보유하고 있다. 2005년 초만 해도 10여개 도시에 50개가 약간 넘는 가맹점이 전부였지만,5년 사이에 체인점 수가 14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쑨 회장은 "숫자 놀음의 유혹을 제일 경계한다"며 "프랜차이즈 성공 여부는 복제의 미학을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루자의 간판이 걸려 있는 호텔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게 경영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베이징의 외곽인 5환도로 근처 루자호텔의 하루 방값이 270위안인데,시내 한 가운데인 궈마오 근처에 있는 루자호텔 숙박비는 315위안으로 큰 차이가 없다. "임대를 하면 월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숙박료도 비싸질 수밖에 없어 아예 건물을 사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호텔 관계자는 설명했다.

◆5년의 기적

루자호텔은 2002년에 설립됐다. 중국 최대 호텔그룹인 서우두그룹과 최대 여행사그룹인 씨트립이 공동 출자했다. 루자호텔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은 2005년 쑨 회장을 영입하면서부터다. 쑨 회장은 상하이 의대를 졸업한 뒤 2년 만인 1989년 국비장학생으로 호주에 유학,마케팅을 전공했다. 8년 만에 귀국한 뒤 영국계 건자재 전문기업인 B&Q에 입사해 6년 만에 중국 화둥 지역 총재로 승진하는 등 출세가도를 달리다 루자호텔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입사한 지 1년도 안돼 루자호텔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시켰다. 1억200만달러의 투자자금을 확보한 뒤 공격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중국 전역에서 사흘에 하나 꼴로 새로운 루자호텔이 생겨났다. 그는 양적 팽창과 동시에 경영 전반을 체계화했다. '생각하라(Think)' '배워서 이전하라(Transfer)' '혼합하라(Mix & Combine)'는 말의 영문글자를 딴 TTMC는 루자호텔의 경영지침 1호다.

그는 '경쟁력=5+3' 공식을 늘 강조하고 다닌다. 5란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업종의 특성을 잘 살려야 하고 △제품,가격,서비스가 우위에 있어야 하며 △마케팅 파워가 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3은 내재된 요소로 인력자원,관리 시스템,핵심 경쟁력을 뜻한다.

쑨 회장은 올초 경영계획을 발표하며 "90%의 숙박률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1년 95%의 숙박률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중국식도 서양식도 아닌 '홈인 방식'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루자호텔이 써내려가는 도전의 역사가 흥미롭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