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 전북은행장(56)이 파격적 경영행보를 내딛고 있다. 9년 만에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50세 초반인 직원을 임원으로 발탁하는 등 조직을 젊게 탈바꿈시키고 있다. 비서실을 없애는 등 수익성 위주로 조직도 바꾸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출신을 영입하고 서울지역 영업을 강화하는 등 기존 은행조직에 새 바람도 불어넣고 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은행원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은행은 증권사와 다른데 성공할까'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서울 영업 확장과 외부인사 수혈

김 행장은 지난 3월 취임했다. 취임 후 2개월 동안 조직을 확 바꿨다. 골자는 세 가지다. 서울 영업 강화,수익성 위주 조직개편,젊은피 수혈 등이 그것이다.

서울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지점을 7월 초 종로구 서린동에서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2층으로 옮길 예정이다.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서울에서 활발히 영업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 지점 수도 올해 안에 1개에서 3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강남 지점을 7월 말 오픈할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여의도 지점을 연다. 인천에도 점포를 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도권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임원들도 외부에서 수혈했다. 자금운용본부장(부행장)에는 최용호 메리츠자산운용 대표(49)를 영입했다. 서울영업본부장(부행장)에도 조형인 메리츠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상무(49)를 스카우트했다. 서울지점장 역시 삼성증권 명동지점장 출신의 강대윤씨(49)를 앉혔다. 은행영업 관행에서 탈피해 수익성을 꾀하자는 의도에서다.

◆조직개편과 젊은 피 중용

김 행장은 불필요한 부서를 없애고 조직을 단순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서실 폐지.김 행장은 비서실을 전략기획부로 통합하고 마케팅 및 기획 관련 부서를 강화하도록 했다.

또 고객지원부(수신업무 담당),여신업무부 등 기능별로 나눠졌던 부서를 영업기획부와 영업추진부로 단순화했다. 조직의 효율화를 높여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젊은 피 수혈도 눈에 띈다. 5월 중순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전북은행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건 2001년 이후 9년 만이다. 전체 직원 995명 중 20명 정도가 은행을 떠났다. 대상자 중 퇴직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은 민원상담 등을 담당하는 후선직으로 발령냈다. 1956년생 이전 출생자는 대부분 현업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젊은 피가 충원됐다. 김 행장은 취임 후 전체 84개 지점 중 20여곳의 지점장을 바꿨다. 새 지점장 대부분이 50세 전후다. 50대 초 · 중반이던 전과 비교하면 4~5세가량 젊어졌다. 임원 5명 중 4명도 새 얼굴이다. 내부 출신에서는 송동규 제1지역본부장(부행장 · 52)과 김명렬 제2지역본부장(부행장 · 50)이 승진했다. 둘다 50대 초반으로 50대 중반이던 전에 비해 몰라보게 젊어졌다. 외부에서 영입한 최용호 조형인 부행장은 똑같이 49세다.

◆새로운 시도 vs 위험한 실험


김 행장의 이 같은 파격 행보에 대해 내부에선 좋은 평가가 우세하다. 정체돼 있던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는 참신한 시도라는 점에서다. 은행 관계자는 "노조도 희망퇴직에 찬성할 만큼 조직 전체에 새로운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은행업무와 증권업무가 다른데도 김 행장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증권사 출신을 영입한 것은 위험한 실험"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위험한 실험일지,성공한 실험일지는 앞으로 김 행장의 행보에 달렸다.

이태훈/하영춘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