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7부(김인욱 부장판사)는 성폭행한 피해자의 티셔츠를 가져가 기소된 안모 씨의 절도 혐의를 유죄로 판결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행 도중 피해자 M씨의 저항으로 상의가 찢어지자 입을 옷을 달라고 요구했고 겁을 먹은 M씨가 티셔츠를 꺼내 준 사실이 인정된다"며 "M씨가 폭행과 협박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스스로 옷을 준 이상 강도죄나 공갈죄가 성립하는 것은 별개로 치더라도 절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절도는 폭행이나 협박, 사기가 아닌 방식으로 타인의 물건을 자신이나 제3자가 차지하게 하는 것"이라며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하면 그 정도에 따라 강도나 공갈이 될 수도 있지만,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성폭행과 상해 등 안씨의 다른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안씨는 2009년 8월 경기도의 한 빌라에 침입해 M씨를 성폭행하고 시가 1만2천원 상당의 티셔츠를 훔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옷이 찢어져 M씨가 자발적으로 티셔츠를 내준 것일 뿐 훔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서는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