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이 핵에 대해 뭘 안다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 전 세계적인 핵비확산 문제와 관련, "두말할 것도 없이 최대 우려사항은 북한과 이란"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체코의 프라하 성에서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협정에 서명한 뒤 미국 ABC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제재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점을 강조하면서 "이는 모든 국가들이 (비확산)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러시아가 비로소 인정했다는 신호이자 커다란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제재가 과연 이란의 행동을 자동적으로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이란 정권은 북한 정권과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압박이 가해지면 때로는 행동을 바꾸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행동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에 제재를 가하려는 노력에서 지금과 같이 국제적인 일치가 이뤄진 적이 없기는 하지만, 이란이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신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미.러 핵감축 후속협정을 "애들 장난하는 거냐"고 비난한데 대해 "내가 (페일린의 식견을) 체크해 본 결과로는 페일린이 핵문제에서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에둘러 반박했다.

그는 "미국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이번 협정 서명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면, 나는 이들 (군수뇌부) 조언을 취하지, 페일린의 조언을 듣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러 핵감축 후속협정에 대한 상원 비준동의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 일각에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공화당이 협정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갖는다면 이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일린은 앞서 보수성향의 폭스뉴스에 출연, 미.러 핵감축 후속협정에 대해 "미국 역사상 어느 정부도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협정과 같은 조치를 검토한 적조차 없다"면서 "이건 마치 놀이터에서 여러 아이들이 싸움을 하려고 할 때 한 아이가 '그래 내 얼굴 쳐봐라. 나는 널 안 때릴테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