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의료보험 개혁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야당인 공화당은 즉각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개혁에 따른 세금 인상과 재정적자 문제 등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정치 쟁점화에도 나섰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에서는 위헌 소송까지 제기할 태세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크리스 코피니스 선거전략가는 22일 "의료보험 개혁 전쟁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법안이 가결됐지만 오바마 행정부와 여당은 개혁의 당위성을 다시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인 라스무센이 하원 표결 직전인 지난 19~20일 설문조사한 결과 의보 개혁에 찬성하는 비율이 41%인 반면 반대하는 비율은 54%에 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3일 하원이 가결한 법안에 서명,발효시킨 뒤 아이오와주로 날아가 국민들이 받는 혜택 위주로 설명회를 갖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화당 소속인 주정부들은 위헌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미치 대니얼스 인디애나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세금 인상과 국가부채 증가는 미 국민의 미래와 낙관주의를 꺾어놓는다"고 말했다.

켄 쿠치넬리 버지니아주 법무장관도 개혁법안이 위헌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미 의회가 국민들에게 보험에 가입토록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면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버지니아주는 연방정부 차원의 의보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버지니아주에서는 적용되지 않도록 주 법안을 미리 의결했다.

다른 11개주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예상된다. 버지니아주를 제외한 11개주 법무장관들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소송 제기 방침을 확인했다.

공화당 소속의 헨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법무장관은 "의회를 통과한 개혁법안은 헌법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플로리다주 빌 맥칼럼 법무장관도 "만일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한다면 미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컨퍼런스콜에는 앨라배마 네브래스카 텍사스 오클라호마 펜실베이니아 워싱턴 유타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주의 법무장관들이 참여해 대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법적 다툼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더라도 이를 무효화하는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상원의 짐 디민트 공화당 의원은 "대통령과 의회가 공모해 헌법을 위반하고,미 국민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미국이 상징하는 모든 것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철회 입법안을 공개했다.

하원의 스티브 킹,미셸 바크먼 공화당 의원도 철회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와 경쟁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국민의 희망을 거스르면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라며 의보 개혁법 철회를 주장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 최대 개혁정책으로 제시한 의보 개혁법안을 처리한 데 힘입어 통상외교 정책에 보다 역량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이날 미주한인여성경제인협회가 주최한 한국농산물홍보관 개설 행사에서 "4월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방한 때 한국 측과 자동차 분야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 문제를 논의할지 주목된다. 4월15일에는 미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할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할지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