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제각각 운영…교과부 "상반기 교통정리"
의학·의료계 "대학 자율 또는 의대 회귀해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거나 의과대학을 유지하거나 또는 의대와 의전원이 한 대학에서 공존하는 등 의사 양성 체제의 `어정쩡한 동거 상태'가 5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가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올해 상반기 어떤 체제로 갈 것인지 정할 예정이고, 국회에서도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18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논쟁이 다시 뜨겁게 불붙고 있다.

◇ 자리 못잡는 의전원 = 2000년대 초 적잖은 진통 끝에 의전원 체제를 도입하면서 정부는 2005~2009년 5년간 제도를 운영한 뒤 그 성과를 평가해 2010년 이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한 바 있다.

교과부는 지난해 6월 양 체제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바람직한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미국식 `메디컬스쿨'을 표방한 의전원은 1990년대 중반부터 도입을 위한 논의가 시작돼 2002년 1월 도입 기본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의전원 도입 이유는 기존 의예과, 본과로 이어지는 `2+4 학제'의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의사양성 시스템을 개편해 다양한 전공을 거친 학생이 의전원에 입학할 수 있게 하자는 것.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를 함께 시행해 인문계는 법대, 자연계는 의대를 향한 지나친 입시 과열을 분산하려는 목적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가천의대, 건국대, 경희대, 충북대 등 4곳이 처음으로 의전원 전환을 결정해 2년 뒤인 2005년 신입생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27개 학교가 의전원만, 또는 의대와 의전원 정원을 절반씩 유지하며 병행 운영하고 있다.

반면 14개대는 그대로 의대 체제로 가고 있다.

학생들로서도 똑같은 수업을 받으면서 의전원생이 의대생보다 배 가까이 높은 등록금을 내는 등 기형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의전원이냐, 의대냐 = 대학들은 이 제도가 국내 실정에 맞지 않고 교육내용은 별 차이가 없는데도 의대 출신은 학사, 의전원 출신은 석사 학위를 받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들고 있다.

또 교육기간이 의예과 2년, 본과 4년 등 6년(2+4)에서 학부 4년, 의전원 4년 등 8년(4+4)으로 늘어나 수련ㆍ전공의의 연령대가 너무 높아지고 의전원 입시 경쟁으로 학부 과정이 파행을 겪는다고 지적한다.

박영아 의원이 김춘진, 신상진 의원과 함께 18일 개최한 `의학교육제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도 의전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 평가소위의 `의사 양성체제 종합평가' 보고서에서도 설문조사에 응한 의학교수들은 대체로 이 제도가 성숙한 의료인 양성, 의학교육 발전, 입시과열 해소 등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공계 교수들도 의전원이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좌섭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료계, 이공.자연계 등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제도를 강제할 이유가 없다.

제도 선택과 대졸·고졸자 선발비율은 대학이 자율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영아 의원은 "의전원 도입 명분 중 하나였던 이공계 기피 현상 해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의전원 제도 자체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한 의학교수가 절반 이상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료.의학계의 의사 문호 개방에 대한 거부감과 의대 입시를 통해 수능 최상위권 학생을 확보하려는 대학의 욕심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과부는 개선위원회 등 각계 의견을 들어 상반기 의사 양성체제 개편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