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운전자 지그재그 몰던 트럭 가까스로 세워


충남 보령의 두 경찰관이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대형 교통사고를 막은 일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12일 보령경찰서에 따르면 11일 오전 11시께 보령시 죽정동 21번 국도에서 저혈당 쇼크로 정신을 잃은 강모(56.보령시 대천동)씨가 지그재그로 화물차를 몰며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를 여러 차례 충격하는 모습이 뒤를 따르던 다른 운전자에게 발견됐다.

이 운전자는 112 상황실로 "술을 마신 사람이 트럭을 좌우로 움직이며 운전한다"고 신고했다.

상황실로부터 연락을 받은 대천지구대 박보신(41) 경사와 형상호(33) 순경은 순찰차량에 신속히 올라타고 신고가 접수된 현장 쪽으로 내달렸다.

사료를 실은 트럭이 시속 70-80㎞의 속도로 보령에서 서천 쪽으로 주행하면서 핸들을 조정하지 못하고 차량 옆구리로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을 연달아 받으면서 지그재그로 달리고 있었다.

순찰차를 운전하던 박 경사는 "'트럭을 세워야 만이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트럭 뒤를 따르며 경고방송과 사이렌을 울렸으나 운전자는 들은 척도 안 하고 계속 같은 형태로 질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그만 더 진행하면 교차로가 나오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단 몇 초도 지체할 수 없어 트럭을 앞질러 나간 뒤 백미러를 보면서 서서히 속도를 줄여 추돌을 유도했다'고 당시의 매우 급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마침내 트럭은 순찰차의 뒤꽁무니를 들이받고 나서 속도가 줄어들었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중앙분대를 타고 멈춰 섰다.

신속하게 트럭으로 달려간 두 경찰관은 운전석에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정신이 혼미한 강씨를 무사히 꺼낼 수 있었다.

강씨는 홍성에서 사료를 사 트럭에 싣고 농장으로 가던 중 지병인 당뇨병으로 혈당 수치가 떨어지면서 쇼크로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경사는 "어떤 경찰관이라도 이런 순간을 목격했다면 똑같은 방법으로 인명을 구조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보령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j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