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갈등 깊어지는 용산 재개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이곳 주민들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이쪽 말을 들으면 이쪽이 맞는 것 같고 반대로 저쪽 말을 들으면 저쪽이 맞는 것도 같다. 주민 대부분은 전 재산이 걸려 있어 쉽게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사업 시행을 맡은 드림허브 측은 최근 구역지정을 위한 주민 동의서 접수를 재개했다. 현행 도시개발법상 사업시행자로 인정받으려면 50% 이상의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 사실 드림허브는 서부이촌동 전체 기준으로는 이미 50%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주민 동의율이 낮은 대림,성원,동원 등 한강변 3개 아파트에 대해 단지별로 50% 동의를 받아오라고 해 오는 25일까지 동의서를 추가로 접수하고 있다.
드림허브는 이번 동의서 접수를 재개하면서 구체적인 보상안을 담은 대표자 명의의 확약서를 동의자협의회 측에 제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원주민에게 돌아갈 혜택은 시세(2010년 하반기 기준)에 가까운 금액으로 보상,무이자 이주비(최대 3억원),이사비(최대 3500만원),분양가에서 기반시설 비용 제외,중도금 유예 등을 합쳐 아파트 한 채당 최대 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드림허브 측은 설명했다. 현재 주변 아파트(전용면적 85㎡ 기준) 시세가 9억원임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액수다. 드림허브 측은 개별 주민이 원할 경우 이 내용에 대한 공증까지 해주겠다는 방침이다.
최대 30억원의 보상안에 대해 비대위 측은 "우리가 원하는 건 보상이 아니라 존치"라며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멀쩡한 아파트를 철거하는 데 대한 반발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보상이라면 1억원도 큰 돈인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국제업무지구를 서울의 명소로 개발하기 위해 한강변 아파트 주민들과 사업시행사가 한 발씩 양보하는 타협을 이뤄내길 기대해본다.
이호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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