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증세 없어 만성질환이 사인으로 추정
"신종플루가 기저질환 악화" 주장도


신종인플루엔자 4번째 사망자의 사망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간의 신종플루 감염에 따른 사망사례와 달리 이 사망자는 폐렴 증세가 없었고 직접적인 사인이 만성신부전증에 의한 쇼크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망자(47세 여성)는 평소 만성신부전증과 고혈압, 당뇨병을 앓아왔고 특히 만성신부전증세가 심해 오래전부터 혈약투석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당시도 저혈압, 의식저하, 흉통 등 말기 신부전증세가 나타났다.

앞서 신종플루 사망자에게서 보였던 급성호흡기곤란증, 폐렴에 의한 패혈증 증세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의 권준욱 과장은 "신종플루 사망자의 경우 대개 심장이나 폐 쪽에 이상이 나타나는데 4번째 사망자는 콩팥 쪽에 문제가 있었다"며 "전문가들도 신종플루가 직접적인 사인이 아닌 만성질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4번째 사망자를 신종플루 사망자로 분류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를 담당하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나 통상 만성질환자에게는 인플루엔자가 침투해 기저질환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고 폐렴 등 전형적인 증상이 안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이처럼 특이한 사례가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신종플루와 사망원인 간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사망자의 병력, 의료기관의 진료기록, 해외사례 등을 조사하는 한편 사망자의 흉부 X레이 필름을 확보해 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중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 질의서를 보내 신종플루 양성반응이 나타났지만, 사인이 다를 경우 이를 신종플루 사망자 집계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답변도 요구할 방침이다.

WHO는 사망자 통계와 관련, 명확한 규정 없이 사망자의 검체에서 인플루엔자A(H1N1) 양성반응이 나타났을 때 '신종플루 사망자'로 분류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4번째 사망자의 경우 신종플루 사망케이스에 부합하는 팩트가 맞아떨어지지 않지만, 예외현상도 나올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일단 사망자 통계에 포함시키되 조사가 끝나면 해석이나 주석을 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