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이베이스 클래식에서 우승한 오지영(21)이 골프클럽이 닳을 때까지 연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골프 클럽 헤드가 나무로 만들어지던 시대를 지나 금속으로 교체되면서 그 수명은 훨씬 늘어났지만 금속 피로도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구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골프용품 업계에서는 드라이버의 경우 2만번 이상 볼을 치게 되면 헤드에 손상이 온다고 한다.

한국 주말 골퍼들은 유난히 드라이버 비거리에 집착하고 골프연습장에서도 연습량의 60% 정도를 드라이버 연습에 주력한다는 통계도 있다.

여기다 겨울철에도 골프장을 찾는 마니아라면 드라이버의 수명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아이언은 최대 200라운드를 치르면 교체해 주야 하며 골프연습장의 중고 골프공을 사용하면 클럽 페이스가 더 빨리 닳게 된다.

하지만 이는 숫자상으로 표현된 것일 뿐 주말 골퍼들은 한번 골프채를 구입하면 실수로 파손되지 않는 한 반영구적으로 사용한다.

보통 주말골퍼들이 한 라운드에서 14번 정도 드라이버를 잡는다고 가정할 때 2만번 이상 볼을 때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말 골퍼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연습을 하는 프로선수들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수들이 골프채를 바꾸기도 하지만 이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들을 써보기 위해서이거나 실수로 인해 파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웨지나 쇼트 아이언의 경우는 얘기가 좀 다르다.

선수들이 주로 쓰는 웨지나 아이언의 클럽헤드는 단조 방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무른 연철이 사용된다.

쇼트게임에 필수적인 쇼트 아이언과 웨지는 선수들의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은 클럽이고 이 때문에 가장 많은 연습을 하는 클럽이다.

연철 자체가 무른데다 디센딩 블로로 치는 웨지나 쇼트 아이언의 그루브와 바운스, 리딩에지는 다른 골프채에 비해 많이 닳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벙커샷을 하는데 쓰이는 샌드 웨지는 마찰력이 큰 모래와 접촉하기 때문에 더 쉽게 닳는다.

또 프로 선수들은 주말 골퍼와 달리 클럽 페이스의 스위트 스팟에 공을 정확히 맞히게 때문에 그루브가 손상될 수 있다.

그루브는 그린 위에 볼을 세울 수 있도록 스핀을 거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부분이기에 그루브가 닳게 되면 바로 클럽을 바꿔야 한다.

한국캘러웨이골프의 김흥식 이사는 "선수들은 신제품 유행에 따라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웨지 같은 클럽은 실제로 많이 닳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는 1년에 2개 정도를 교체한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연습에 몰두했던 오지영이 두달만에 웨지를 바꿨다는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요즘 프로 선수들은 대부분 골프용품 업체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언제라도 골프 클럽을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골프채가 귀하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클럽 페이스의 그루브가 닳게 되면 선수들이 직접 쇠톱으로 갈아서 쓰기도 했다.

코오롱 엘로드의 박종현 부장은 "1980년대에 이름을 날렸던 한 프로 선수는 좋은 드라이버는 아꼈다가 대회에 나갈 때만 사용하기도 했다"며 "그 때와 비교한다면 요즘 선수들은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