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 연설은 뜻밖에도 30대 초반의 신세대 연설 담당자의 손에 의해 작성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발표한 새로운 대(對) 아프가니스탄 전략,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 계획, 새로운 이란.유럽.남미 정책 등은 백악관 연설담당팀 부책임자인 벤 로즈(31)의 작품이라고 미국 정치전문 사이트인 폴리티코가 19일 전했다.

백악관 연설팀 6명중 한명으로 오바마의 국내외 여행에서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로즈는, 대통령 전용기와 수행원용 밴에서 무릎에 노트북 컴퓨터를 올려놓고 오바마가 유세과정에서 밝힌 사항은 물론 자신이 수시로 참석하는 안보회의 등에서 들은 내용을 모두 고려해 연설문을 작성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지구촌 비핵화 비전'을 밝혔다.

이 연설은 로즈가 한달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었다.

하지만 연설하기 몇시간전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을 접한 로즈는 연설내용을 급히 고쳐야 했다.

체코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로즈는 오바마의 강력한 반응을 추가하느라 진땀을 뺐다.

연설문에는 "북한 도발은 행동의 필요성,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결의의 필요성을 강조해준다.규칙은 반드시 구속력 있어야 하며 위반은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는 내용이 삽입됐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귀국하던 대통령 전용기에서 오바마는 여타 수행원들과 함께 로즈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오바마는 이어 '이코노미스트'지가 프라하 연설을 소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선 보좌관에게 자신의 서명이 적힌 이코노미스트 관련기사 사본을 로즈에게 반드시 전달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특정 일정이 정해지면 로즈와 데이비드 액설로드 고문, 데니스 맥도너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 람 이매뉴엘 비시실장을 불러모아 즉석에서 30분가량 해당 일정에서 하고 싶은 연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로즈는 이를 귀담아들었다가 연설문을 작성한 뒤 오바마 대통령의 철저한 감수를 거친다.

로즈는 "오바마 대통령은 맥빠진 표현을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다.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된 백악관 연설담당 책임자인 존 파브르(27)와 "오랜 부부"처럼 지내는 로즈는, 맨해튼 출신으로 2002년 뉴욕대에서 소설창작론 석사학위를 받은 직후 민주당 핵심 외교정책 수립자로 평가받는 해밀턴 리 전 하원의원 연설담당 보좌역으로 채용됐다가 2007년 7월 오바마 팀에 합류했다.

스타벅스에 들러 연설문을 작성하고 밤늦도록 게임을 즐기기도 하는 로즈는 지금까지 작성한 연설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국민에게 행한 것을 가장 의미있는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