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 구속 며느리, 국민참여재판 신청

80대 시어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구속기소된 30대 며느리가 자기 남편이 유력한 용의자라고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입을 틀어막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42.여)씨가 무죄를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 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오는 19~20일 재판을 진행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시어머니가 타살된 건 분명하지만 A씨의 혐의사실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나 목격자가 없어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6월 17일 정오께 서울 도봉구 창동 B(당시 81.여)씨의 집에서 B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아들 C(47)씨가 발견, 병원으로 옮기던 중 사망했다.

당시 B씨의 얼굴과 엉덩이 등에서는 상처가 발견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질식과 늑골 골절로 말미암은 흉부 압박이 사망 원인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애초 A씨와 남편 C씨를 모두 용의 선상에 놓고 수사를 벌였으나 사건 발생 시간을 전후해 A씨가 시어머니와 단 둘이 있었고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는 주변의 말과 평소 둘 사이가 나빴다는 남편의 말을 근거로 A씨를 구속했다.

이에 대해 A씨와 변호인 측은 "경찰이 사망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는 명확치 않을뿐더러 살아있는 시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건 오전 11시 전후이고 싸운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와 변호인 측은 오히려 "한두 달 전부터 시어머니 수발을 들기 시작한 남편이 점심을 차려드리려고 회사에서 돌아왔다가 홧김에 살해했을 수도 있다"며 남편이 혐의를 아내에게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놓고 남편과 심한 갈등을 겪어 왔으며 사건 당일 아침에도 시어머니가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편과 싸우다 심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열리게 될 재판에서는 범행 당시 목격자나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남편과 주변인의 진술을 토대로 구성된 공소내용의 신빙성과 A씨의 무죄 주장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북부지법 김형배 공보판사는 "이번 사건은 결과가 미칠 파장이 큰 반면 간접적인 증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 신중함이 요구되는 만큼 심리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현재 증인도 14명이나 채택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재판은 배심원 선정에 이어 증거조사, 피고인 신문, 배심원 평의, 선고 등의 순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