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탱크, 도심 포위..하마스와 교전 치열
사상자 속출..유엔 안보리, `가자 휴전' 성명채택 실패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개전 9일째인 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곳곳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 전격적으로 대규모 지상군을 가자지구로 투입해 4갈래 방향으로 진격해 들어갔고, 하마스는 박격포탄 등을 발사하면서 맞서고 있어 양측의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측면을 돌파해 이 지역을 둘로 나뉘어 놓고 하마스 세력을 양쪽 방향에서 압박하고 있으며, 가자지구의 중심도시인 `가자시티'를 포위하고 시가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공군의 파상 공습에 이어 지상작전까지 전개되면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의 사망자 수는 500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당분간 양측의 휴전이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여 전쟁 피해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지상전 이틀째 전황 = 이스라엘 지상군은 이날 폭이 5∼8㎞에 불과한 가자지구의 측면을 관통해 들어가 하마스 세력을 남북으로 갈라놓았다고 일간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이에 따라 가자 북부에 있는 하마스 무장조직은 탄약과 군수품 보급이 끊겨 고립된 상태로 수세에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탱크부대는 가자지구의 중심도시인 `가자시티' 외곽까지 진격해 포위했고, 과거에 유대인 정착촌이 있던 네차림 지역에도 이스라엘 탱크 150대가 관측되고 있다고 영국의 스카이뉴스 방송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전황브리핑에서 지상군이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로켓 발사 진지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전날 밤 접경선을 침범해 전개된 지상전은 자발리야와 가자시티, 베이트 하눈, 베이트 라히야 등 가자지구 북부의 4곳 일대에서 밤새 지속됐다.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인구 밀집지역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들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탱크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보병이 가자시티 북쪽과 남쪽의 살라헤딘 로드를 장악했으며 예전 나자림 유대인 정착촌이 있었던 가자시티 인근 지역에 진출한 수십대의 탱크가 해안도로에 대한 통제권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가자지구의 접경선을 넘어 진격해 들어온 이스라엘 탱크부대와 지상군 병력에 박격포를 발사하고 도로에 미리 매설해놓은 폭발물을 터뜨리며 항전했으며, 이스라엘의 주력 탱크인 메르카바 전차는 하마스 진지를 향해 포탄을 쏘아댔다.

가자지구 북부는 밤새 양측이 주고받은 포탄과 총성도 진동했고, 밤하늘에는 총탄의 섬광과 포탄의 화염이 목격됐다고 AFP 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정부는 남부 주민들이 마냥 하마스 로켓 공격의 목표물이 되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침공은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군 대변인 아비탈 레이보피츠도 지상공격 개시 후 "이스라엘군의 목표는 작전구역 내 하마스의 테러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도 "이번 작전은 짧지도 쉽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마스 대변인 이스마일 라드완도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병사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 피해 확산 = 주로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서 접전이 벌어진 지상전에서 이스라엘군은 수십 명의 하마스 무장대원을 사살했다면서 자국군은 중상자 2명을 포함, 3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이스라엘 병사 9명을 사살하고 여러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양측의 정확한 사상자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교전 과정에서 이스라엘 병사 1명이 전사했다고 이스라엘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으나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를 부인했다.

가자시티의 대규모 상가에도 이스라엘군의 포탄이 날아들어 폭발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팔레스타인 의료소식통들이 전했다.

민간인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피난을 떠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트럭과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

팔레스타인 의료진은 지난 밤새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23명이 추가로 사망했다면서 이중 3명은 하마스 전사이고 나머지는 민간인이라고 AP 통신에 전했다.

이스라엘이 공습작전을 개시한 지난달 27일 이후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수는 485명 이상이며, 부상자는 2천400명을 넘어섰다.

◇유엔 안보리 휴전 성명 채택 실패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일 가자지구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미국 등의 반대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의 채택에 실패했다.

미국은 안보리 내 유일한 아랍 국가인 리비아가 제출한 성명 초안에 하마스의 로켓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언급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으로 전쟁이 `매우 위험한 순간'으로 접어들었다면서 "국제사회는 종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휴전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국무부도 "휴전이 가능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휴전은 지속 가능하면서 하마스의 로켓탄 공격이 불가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성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이사회 순회의장국인 체코의 카렐 슈바르첸베르크 외무장관이 이끄는 EU 대표단은 4일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하마스 측의 고위 인사들 차례로 만나 휴전을 중재하기로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휴전을 중재하기 위해 5일 중동 순방길에 나선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