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직접거래 개인 급증…학원.스터디 활발
"고위험 상품이라 주의해야"

개인투자자가 외환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FX(외환)마진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FX마진거래는 2005년 1월 선물거래법 시행령 개정 후 선물회사를 통해 가능해졌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고수익, 고위험을 원하는 발빠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주부들까지 FX거래에 뛰어들면서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이 등장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FX마진거래는 일정액의 증거금을 예치해두고 통화의 움직임을 예상해 특정 통화를 사고파는 외환선물거래의 일종이다.

◇ 개인들 `북적'…한국판 `와타나베 부인' 등장 = 25일 선물협회에 따르면 FX마진거래의 일 평균 거래량이 2005년 115계약, 2006년 212계약에서 2007년 2천148계약, 2008년엔 1만3천174계약으로 급증세를 나타냈다.

월별 거래대금도 2006년 9억1천만달러였던 것이 2007년에는 135억달러, 2008년에는 632억달러로 대폭 늘어났다.

신규 투자자도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한 선물회사 관계자는 "월평균 10개 정도 개설되던 FX마진거래 계좌가 최근에는 하루 10개 수준으로 급증했다"며 "아직 모의거래자 3만명, 실제투자자 3천명에 불과하지만 작년 대비 실제투자자가 약 10배 정도 급증했다"고 전했다.

개인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FX마진거래 학원이 호황을 누리고, 선물회사, 학원을 중심으로 투자설명회가 줄을 잇고 있다.

관련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카페도 많아졌다.

한 학원 관계자는 "취업을 위해 FX마진거래를 배우는 수요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대학생, 퇴직자뿐 아니라 주부들까지 나서 투자를 위해 강의를 듣고 있다"며 "카페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투자에 대비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주부들까지 FX마진거래에 나서면서 업계에는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부인'은 제로금리 상태인 일본을 벗어나 해외로 투자기회를 찾아나선 일본 주부들을 일컫는 단어로, 이들이 즐겨 사용했던 투자방식이 바로 FX마진거래다.

일본에선 개인들의 외환거래가 도쿄 외환시장 거래량의 30%에 달할 만큼 대중화돼 있다.

◇ 고수익 유혹 때문…HTS로 손쉽게 거래 가능 = 일본과 같이 국내에서도 외환투자 개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FX마진거래의 높은 레버리지(차입)를 이용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면서 환율 방향성 예측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올릴 기회가 많아졌다.

지지부진한 주식 투자 매력이 줄어든 점도 FX마진거래 매력을 높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FICC 전제응 차장은 "홍콩, 일본은 5년 전부터 FX마진거래가 유행했는데 최근 들어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개인들의 FX마진거래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말했다.

FX마진거래는 전세계 외환시장을 시간대별로 넘나들며 24시간 홈트레이딩시스템(HTS0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FX마진거래 시장은 전 세계 선물시장을 합친 것보다 46배나 더 클 정도로 유동성도 풍부하다.

현재 FX마진거래를 하려면 외환선물, KR선물, 한맥선물 등 선물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HTS를 다운받으면 된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사의 선물업 겸영이 가능해져 향후에는 주요 증권사를 통해서도 거래가 가능할 전망이다.

◇ 위험도 높아 세심한 주의 필요 = 대중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리스크가 큰 만큼 철저한 손실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FX마진거래는 50배 정도의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1억원 가치의 통화를 거래하려고 하면 계좌에 1억원의 2%인 200만원 증거금 정도를 보유하면 된다.

200만원으로 1억원을 투자하는 효과를 낸다는 얘기다.

오를 것 같으면 미리 사고, 내릴 것 같으면 미리 팔아서 이익을 발생시키는 선물 구조로, 방향성을 잘 예측할 경우 환율이 2%만 변해도 증거금의 100%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대로 방향성이 틀렸을 경우에는 환율이 1%만 움직여도 증거금이 반토막(-50%) 날 수 있다.

선물회사에서 일정 수준의 증거금을 요구해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이 더이상 커지지 않도록 거래가 청산되지만, 청산이 되지 않으면 투자원금을 순식간에 모두 잃을 수도 있다.

특히 환율은 글로벌 경제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결정되기 때문에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전문가들에게도 힘들다.

외환선물 황영순 차장은 "처음 FX마진거래를 한다면 가급적이면 투자금액은 적게 하고, 완전히 이해가 됐을 때 투자금을 늘리는 게 좋다"며 "레버리지가 큰 만큼 손실관리를 하지 않으면 한번에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선물회사 직원 등과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