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리스보증금 속여 돈 빼돌렸다 발각

전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58) 씨가 30대 초반의 의사에게 억대 사기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재떨이 폭행' 사건으로 구속돼 있다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난 조씨는 지난해 8월 30대 초반의 의사 A씨를 통해 자동차 리스 계약을 했다.

그가 선택한 차량은 영국제 고급 승용차인 벤틀리.
조씨는 A씨 명의로 차를 계약하되 보증금을 비롯한 비용은 자신이 부담하고 차를 넘겨받기로 했다.

A씨는 리스 보증금을 5천600만 원으로 약정했지만 조씨에게 1억7천6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거짓말했고 이를 그대로 믿은 조씨는 두 번에 나눠 이 돈을 모두 지급했다.

이로써 A씨는 차액인 1억2천만 원을 손에 넣었고, 대담한 범행은 성공하는 듯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조씨와 평소 알고 지내던 모 연예인은 그가 낸 액수를 알게 되자 속은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줬고 조씨는 A씨에게 돈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궁지에 몰린 A씨는 사죄의 문자를 보내는 등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돈을 돌려받지 못한 조씨는 결국 수사당국에 손을 내밀었다.

사기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선 A씨는 조씨가 사업자금 수백억 원을 주선할 테니 차를 한 대 뽑아 달라고 요청해 리스 계약을 했으며 보증금 차액은 그가 약속한 자금을 마련해주지 않아 이를 변제하는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배상신청인 자격으로 공판 때마다 법정에 출석했고 재판부는 혹시 증인들이 조씨를 두려워해 진술에 어려움을 느낄까 봐 분리 신문을 하기도 했지만 A씨에게 유리한 증언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둘 사이에서 주선자 역할을 한 참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A씨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남긴 뒤 자살해버려 결국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서형주 판사는 "피해액이 고액이고 수법을 봐도 죄질이 불량하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1억2천만 원을 조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억울함을 주장하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조씨는 수입차 판매회사 직원이 전후 사정을 잘 확인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사기를 방조했다며 보험금과 리스료, 초과지급 보증금 등 1억3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매사를 상대로 옥중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조씨는 2005년 10월 초 서울의 한 유흥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의 이마를 재떨이로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이 최근 확정돼 복역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