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 개발사업과 관련해 서울시가 정한 이주대책기준일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이성보 부장판사)는 김모 씨가 은평뉴타운의 이주대책 부적격 대상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SH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울시장은 2002년 10월 은평뉴타운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주대책기준일을 2002년 11월 20일로 공고했다.

사업계획안은 2004년 1월 15일 공고됐고 그 다음 달인 2월 25일 도시개발구역지정 고시가 이뤄졌다.

김 씨는 2003년 5월 은평뉴타운 지구에 주택을 사들여 거주하다가 SH공사의 보상 협의에 응해 2005년 1월 자진 이주했지만 2002년 11월 20일을 기준일로 했을 때는 남편 명의로 된 집까지 1가구 2주택자였기 때문에 이주대책대상자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소송을 냈고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다른 판단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주대책기준일은 `관계 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날'이어야 하고 은평뉴타운의 경우 공람공고일인 2004년 1월 15일이나 도시개발구역지정 고시가 있었던 2004년 2월 25일이 이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관계 법령 어디에도 공람공고일이나 도시개발구역지정 고시일 이전에 이주대책기준일만 별도로 공고하거나 고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은평뉴타운의 이주대책기준일은 위법하다"며 김 씨에 대한 이주대책대상자 부적격 처분을 일단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시는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해 다른 뉴타운 등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이주대책기준일을 설정해온 것으로 알려져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위법한 이주대책기준일에 따라 이주대책대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슷한 경우에 해당하는 주민들의 잇단 소송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 뉴타운사업 관계자는 "이주대책기준일을 설정하는 것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시행 규칙에 따른 것이고 만약 이주대책기준일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투기 세력을 막을 수 없고 뉴타운 추진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판결문을 받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