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S 엘리엇이 살아 있다면 2008년 9월이야말로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을 성싶다.

'9월 위기설'에 이어 미국 거대 금융회사들이 쓰러지는 바람에 금융시장이 그의 시 제목처럼 '황무지'가 돼버렸는데도 아직 회생의 빛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렵사리 미국 정부와 의회가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제공안에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지만 시장이 완전히 안정을 되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주 국내 금융시장에서 최대 관심사는 외화 유동성 문제다. 정부 곳간에서 풀려나올 100억달러가 외환 스와프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시장에선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7월 이후 서울 외환시장에 200억달러 이상의 달러 매도 개입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하는 등 '달러 부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큰 보탬이 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도 적지 않다.

경제지표 가운데는 10월1일 한국은행이 내놓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주목받고 있다. 외환당국은 9월 말 외환보유액이 8월 말보다 크게 줄지 않아 2400억달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비친 바 있다. 이에 하루 앞서 한은이 집계하는 '국제수지 동향'에선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던 지난 7월의 자본수지 적자(57억7000만달러)가 8월에는 개선됐을지가 포인트다. 같은 날 역시 한은이 발표하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선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이 나오는데 이에 따라 향후 금리정책을 예측해볼 수 있겠다. 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소비자물가 9월 수치는 10월1일 공표된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내놓는 '중기 국가재정계획안'에선 이명박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를 살펴볼 수 있다. MB정부는 성장과 이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강조했는데 어느 정도의 강도로 재정계획안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같은 날 나오는 '2009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선 내년 나라살림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올해 총수입 예산은 27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집계됐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