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집시' '인어공주'등인기행진

비언어극 '블루 맨 그룹' '스톰프'도 즐겨볼만

세계 공연의 심장부,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한복판에는 '브로드웨이를 소유한 남자'라고 불린 조지 M 코핸의 동상이 있다. 배우,작곡가,작사가,각본가,연출자,무용수,가수 등 일인다역을 도맡을 만큼 다재다능했던 코핸은 수많은 작품을 남기며 뮤지컬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오늘날 브로드웨이의 맥박을 뛰게 한 공로를 세운 인물답게 죽어서도 브로드웨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코핸.그런데 그의 동상을 유심히 보면 '브로드웨이에 내 안부를 전해 주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코핸이 자신의 인기작 중 하나인 '리틀 조니 존스'를 위해 만든 곡 이름이다. 브로드웨이의 매력은 코핸의 후예들이 생산하는 공연에서 나온다. 여행 기간 동안 짬을 내어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본 사람이라면 브로드웨이에 안부를 전해 달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어떤 공연을 볼까

욕심 나는 공연을 모두 보기에는 시간과 돈이 달린다. 취향과 영어 구사력을 감안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건 결국 여행자의 몫이다.

브로드웨이에서 몇 년 동안 인기 뮤지컬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맘마 미아!'는 귀에 익숙한 아바의 노래만으로도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을 발산한다. 연인 스카이와 결혼을 앞둔 소피의 소원은 자신의 결혼식에 아버지를 초대하는 것.어머니 도나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피를 낳아 길렀다. 도나의 일기장을 통해 아버지 후보로 추정되는 남자 3명을 찾아 낸 소피는 이들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다.



영어가 부담스럽다면 비언어극(넌버벌 퍼포먼스)도 좋은 선택이다.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인 '블루 맨 그룹'은 독특한 작품이다. 온 몸을 푸르게 칠한 남자 배우 3명이 기묘한 표정과 행동을 끊임없이 펼치며 공연을 이끌어 나간다. 강렬한 음악도 인상적이다. 마니아 관객이 많은 공연으로 공연 시작 전부터 열광하는 사람들의 기세가 대단하다. 배우들이 쓰레기통 뚜껑 등을 이용해 소리와 춤의 향연을 선사하는 '스톰프'도 브로드웨이의 대표적인 비언어극 중 하나다.

자신의 영어 실력이 대사와 노래를 모두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언어 장벽을 넘어 뮤지컬을 즐기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책 등을 통해 사전에 내용을 미리 파악해 두었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고전 중의 고전인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극장 지하에 살고 있는 유령이 재능 있고 매력적인 가수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극적인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무대 연출이 인상적이다. 르네 젤위거,캐서린 제타 존스,리처드 기어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시카고'도 설명이 필요 없는 브로드웨이의 고전.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여인 록시와 자신을 배반하고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해 스타의 자리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벨마의 인생을 내세운 이 뮤지컬은 배우들의 관능적인 의상과 동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만화 영화로 먼저 접했을 디즈니 뮤지컬도 추천한다. '라이온 킹''인어공주' 모두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다소 '까칠한' 유모 메리 포핀스와 아이들이 겪는 신비한 체험을 다룬 동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메리 포핀스'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라는 평이다.

영어 대사의 양과 수준이 만만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피하기에는 안타까운 작품들도 많다. 뚱뚱하지만 주눅 들지 않는 소녀 트레이시가 당시 10대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쇼의 멤버로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쾌하게 다룬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복고풍 음악만으로도 신이 난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 중 서쪽 마녀와 관련된 부분을 떼 내 창작한 뮤지컬 '위키드'도 브로드웨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 현란한 실사·랩에 탄성 절로~

가상 지역 애비뉴 Q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을 보여주는 '애비뉴 Q'에서는 배우들이 깜찍한 인형을 들고 나온다. 인형의 움직임이 사랑스럽고,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뮤지컬이다. 공연 중 간간이 보이는 '섹시 코드'가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뮤지컬 '집시'도 강력 추천작이다. 두 딸을 스타로 만들어 낸 마마 로즈의 실화에 기반한 이 뮤지컬은 마마 로즈 역을 완벽하고 힘있게 소화해 낸 배우 패티 루폰의 열연이 돋보인다. 로즈에게는 준과 루이즈라는 두 딸이 있었다. 로즈의 극성에 가까운 열성으로 준은 스타가 된다. 하지만 준은 로즈를 떠나 버리고,이에 격분한 로즈는 다른 딸 루이즈를 스타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준에 비해 자신이 재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늘 자신감 없어하던 루이즈.그런데 로즈와 루이즈가 도착한 극장은 스트리퍼들이 왔다갔다하는 쇼 극장이었고 결국 루이즈는 인기 스트리퍼가 된다.

브로드웨이의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이자 티켓 구하기가 힘든 뮤지컬 '인 더 하이츠'도 빼놓을 수 없다. 라틴계 이민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 뮤지컬은 현란한 살사,랩으로 가득하다. 무대도 멋지다. 올해 토니상에서 13개 분야의 후보로 올랐으며 작품상 등 4개 분야에서 수상했다.

2007년 토니상 8개 부문을 석권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다소 무겁고 심각하다. 가정과 학교에서 억압받는 젊은 영혼들의 몸부림에 록음악이 결합한 작품으로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뮤지컬 '보잉보잉''스패멀랏''영 프랑켄슈타인' 등이 브로드웨이를 찾는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받고 있다.

■공연을 결정한 다음 점검할 것들

공연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월요일 공연과 일요일 저녁 공연을 하지 않는 뮤지컬들이 많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지 않고 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평일과 주말 공연 시간이 1시간 정도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블 캐스팅 공연에서 특정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을 보고 싶다면,배우의 출연 일정을 확인하고 예매해야 한다.

하루에 공연 두 편을 볼 생각이라면 극장 위치를 생각해 움직여야 한다. 대부분 극장이 브로드웨이에 몰려 있긴 하지만,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의 경우 공연장 위치가 타임스 스퀘어와 제법 떨어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

통상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 가격은 무대와 가까운 1층 오케스트라석 기준으로 110~120달러(액면가 기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어떤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할지 결정하는 게 좋다.

■티켓 구하기

예산은 빠듯하지만 시간 여유는 있다면 'tkts'가 최선의 선택이다. 브로드웨이 및 오프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및 연극 당일 티켓을 25~50% 할인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단 소액의 수수료가 붙는다. tkts 앞 전광판을 보면 티켓 구입이 가능한 공연과 할인율을 알 수 있다. 전광판만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다면 tkts 앞에서 "질문 있어요?" "궁금한 것 있나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상세하고 친절한 대답을 얻을 수 있으니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

tkts는 뉴욕에 세 군데(타임스 스퀘어,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다운타운 브루클린)가 있다. 타임스 스퀘어의 tkts는 브로드웨이와 8번가 사이 46번가에 있다. 예전에는 47번가에 있었으나 리노베이션 기간 동안 46번가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타임스 스퀘어의 tkts에서는 당일 공연 티켓만 구입할 수 있고,여행자 수표와 현금만 사용할 수 있다. 낮 공연 티켓은 보통 오전 10시 전후로 구입할 수 있고,저녁 공연 티켓은 오후 3시부터 살 수 있다. 반면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와 다운타운 브루클린의 tkts에서는 당일 저녁 공연 티켓과 다음날 낮 공연 티켓을 살 수 있으며,신용카드도 받는다.

tkts는 당일 혹은 다음날 공연 티켓을 값싸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때로는 줄을 길게 서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상당수 공연 티켓을 의외로 쉽게 tkts에서 구입할 수 있으나,인기 공연 티켓은 tkts에서 구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할 것.

여행 기간 동안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공연이 있거나,돈을 더 내더라도 시간을 절약하고 며칠 후 공연을 확실하게 예약하고 싶다면? 여러 방법이 있다. 우선 극장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직접 극장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면 호텔 로비에서 공연 예약을 도와주는 직원을 볼 수 있다. 편하게 티켓을 구입할 수는 있지만 상당한 수수료를 감수해야 한다. 혹자는 수수료만으로 원래 티켓 가격의 3분의 1이 넘는 돈을 추가로 지불할 뻔하기도 했다는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전화 예약,인터넷 홈페이지 예약 등의 방법이 있다.

뉴욕=글·사진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