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월가 … 캠퍼스의 꿈도 흔들"
국내 대학가도 리먼브러더스 몰락 등 미 월가의 후폭풍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 취직을 최종 목표로 삼아온 학생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대학 취업 게시판에는 IB분야 취업에 대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한 학생(아이디 대기자)은 서울대 경영대학 취업Q&A 게시판에 '선배님들,요즘 같은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글을 통해 "경제신문을 읽는데 금융위기에 질려버리는 느낌"이라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후배에게 조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이디 '선배'는 "지금 상황에서 IB는 어려우니 전략컨설팅 같은 분야로 진출하는 게 낫다"는 현실적 조언을 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3학년 김모씨도 "대공황도 넘겼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것을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며 "IB를 계속 목표로 할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불안하기는 IB업계에 갓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국내 MBA를 졸업하고 9월부터 국내 A은행 IB분야에서 일하는 이모씨(33)는 "국내 중소기업 IB 전문가를 목표로 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며 허탈했다"며 "경력을 다시 한번 바꿔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학교에서 배웠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각종 첨단 금융 공학이론들이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 리먼브러더스에 입사한 강모씨 역시 "부모님과 친구,친지들의 축하를 받으며 당당하게 리먼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한순간에 무너져 황당하다"며 "경력 전환도 어려운 상황이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을 금융권에 진출시키는 국내 MBA스쿨도 졸업생 취업지도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미자 KAIST MBA 취업담당 실장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졸업생들의 진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금융권 채용 규모가 줄었는데 내년에는 IB업계 진출이 더욱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국내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 관계자는 "지금까지 최고 상한가를 쳤던 IB업종 직원들의 몸값이 앞으로는 내리막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리먼발 쇼크가 금융업 직원들의 몸값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