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덩치 키운 기업들 잇단 자산매각 추진

유진에 이어 금호아시아나와 C&그룹이 인수.합병(M&A)했던 일부 기업의 재매각을 검토하고 나섰다. M&A 전략을 기반으로 성장가도를 질주해왔던 일부 기업들은 이제 유동성 보강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올리고 있다. 기업매물 등장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선별적이다. 금호생명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의 주가는 11일 큰 폭으로 올랐다. '9월 위기설'이 사실상 소멸된 가운데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호의 '진정성'이 먹혀든 결과다. 반면 C&과 유진그룹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영의 불확실성이 아직 제거되지 않았다는 시장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금호아시아나,금호생명 매각?

금호아시아나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금호생명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측이 보유한 금호생명 주주는 최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23.83%)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23.14%),금호산업(16.16%) 등을 합쳐 전체의 69.8%에 이른다.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금호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왔으나 최근 주식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금호생명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함께 검토하게 됐다"며 "연말까지 금호생명 지분을 모두 매각할지,아니면 상장을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등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종합금융의 지분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금융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전망에 한층 무게가 실리게 됐다. 박 회장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를 위해 제시한 풋백옵션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만기일인 내년 12월 말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그 사이에 주가가 오를 텐데 뭐가 걱정이냐"고 반문했다.


◆조선소 부지 내놓은 C&

C&그룹이 경남 거제시 사등면에 짓고 있는 '제2조선소' 매각을 추진한다. 그룹 관계자는 "향후 조선경기 악화에 대비해 거제에 있는 조선소 부지를 팔기로 결정했다"며 "매각 대금은 목포시에 건설 중인 제1조선소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그룹은 작년 12월 거제도에 조선용 부지를 갖고 있는 조선기자재 업체인 신우조선해양을 325억원에 인수했다. 신우조선해양은 C&그룹에 흡수된 뒤 조선소 건설을 위한 매립공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C&중공업이 지금까지 받아놓은 선박 수주물량(62척,33억달러)을 제때 인도하기 위해서는 목포조선소 하나 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조선업 시황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핵심 자재인 후판(厚板) 값마저 천정부지로 뛰면서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중 전 세계 선박 발주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한국 조선업체들도 24% 줄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권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 중소 조선업체들이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 신규 대출을 막아 버린 것.결국 C&중공업은 지난달 말부터 목포와 거제조선소의 건설공사와 선박건조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김동민/안재석/장창민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