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헌법재판소장들의 축제인 '세계헌법재판소장회의'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헌법재판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헌법재판소장,대법관 등 전세계 법조인 150여명을 초청해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하는 이번 회의에 여성 헌재소장 및 재판관들이 대거 참석한다. 여성 법조인이 참석하는 국가는 독일 스페인 키르기스스탄 크로아티아 필리핀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등 전체 30개국 중 7개다.

특히 독일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유타 림바흐씨(74)는 이들 중 '맏언니'격이다. 베를린 출생의 림바흐 전 독일 헌재소장은 베를린주 법무장관과 독일연방헌법재판소 부소장을 거쳐 1994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헌재소장이 돼 8년간 일한 뒤 2002년 정년퇴직했다. 그는 헌재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소신있는 판결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한때 대선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림바흐 전 소장은 1998년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창립 10주년 기념학술회의에도 참석한 바 있다. 그는 정년퇴임 후에도 6년간 독일 문화원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에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연혁ㆍ임무 그리고 전망을 중심으로'라는 책을 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세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마리아 에밀리아 카사스 바몬데 헌재소장(58)과 키르기스스탄의 시디코바 칼다베코브나 헌재소장,크로아티아의 야스나 오메예츠 헌법재판소장도 스타 법조인.바몬데 스페인 헌재소장은 국제기구 전문가로도 명성이 높다. 그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노사관계 부문 단체교섭에서 스페인 대표로 활약했으며 유럽경제공동체 내에서 전문가 패널로도 활동했다.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크로아티아의 오메예츠 헌재소장은 올해 6월께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한 '새내기'다.

필리핀의 첫 여성 대법관인 콘수엘로 이나레스-산티아고 대법관(69),리투아니아의 토마 헌법재판관(43),불가리아의 에밀리아 헌법재판관(61) 등도 여성 법조인의 대표 주자들이다. 한편 림바흐 독일 전 헌재소장과 함께 세계 여성 법조계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대법관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미국 연방대법관(78)은 건강상의 이유로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