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직원 "멱살잡아 나도 모르게..죄송"

서울시 용역직원이 청계광장에서 김밥을 팔던 할머니를 마구 때리는 내용의 동영상이 온라인으로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9일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 도중 노상에서 김밥을 팔던 할머니를 때린 혐의로 서울시 용역직원 박모(23)씨를 자진출석 형식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경찰과 서울시청 등에 따르면 박씨는 17일 오후 7시께 촛불문화제가 열린 서울 청계광장에서 김밥을 팔던 할머니 1명에게 "여기서 김밥을 팔면 안된다"고 언쟁을 벌이다 주먹과 발로 이 할머니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촛불문화제 참석자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이 박씨가 할머니와 다투다 김밥이 담긴 대야를 발로 차고 자신의 멱살을 잡는 할머니를 뿌리치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박씨는 경찰에서 "할머니께 `여기서 하지 말라'고 대여섯번 말로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너는 부모도 없냐' `평생 용역이나 해먹고 살아라'는 등 욕을 하면서 멱살을 잡아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씨는 이어 "악감정을 가진 것은 아니고 일하는 과정에서 의욕이 앞서서 그랬다.

싸우지 말고 계도만 하라는 지침이 있는데 멱살이 잡힌 채 욕을 들으니 그런 생각을 미쳐 못했다"라며 "할머니께 죄송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미안한 감정이 북받쳐 자진출석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서울시청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에서 노점상이 생기지 않도록 용역직원을 고용해 단속을 하고 있다.

단속과정에서 지나친 행동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 할머니를 찾아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처벌 의사와 상해 여부 등을 물어보고 박씨에 대한 형사입건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은 동영상에 할머니가 피를 흘리는 듯한 장면이 나오고 사건 발생이 일몰 무렵이라는 점을 감안해 폭행과 상해 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