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휘몰아친 지 하루가 지난 13일 낮 중국 남부 쓰촨성의 성도 청두.청두 국제공항에 내려서자 쏟아지는 비가 맞이했다.

강진의 여파로 쓰촨성이 1만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낸데 하늘도 아파하는 듯 했다.

공항은 도처에 군인들이 깔려 군 비행장으로 바뀐 상태였다.

5만여명의 인민해방군이 재난 주민 구조를 위해 긴급 투입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항을 군이 사용하는 바람에 오전에 베이징을 출발한 청두행 일부 여객기들은 충칭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청두는 아름다운 풍광과 삼국지의 유적으로 5월부터 관광성수기를 맞지만 초입에 들이닥친 재앙으로 시민들은 움츠러들어 있었다.

시내로 들어오면서 눈에 띈 시민들의 얼굴에는 뜬눈으로 밤을 지샌 탓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진을 우려,집에서 나와 길거리에서 밤을 보낸 왕천(42)은 "아침에 일어나면서도 여진을 느꼈다"면서 "큰 여진이 온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중국 언론들은 전날 지진 발생 이후 이날 오전까지 1000회 이상의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진 호텔과 여관은 만원사례를 이뤘다.

거리의 매장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이번 지진 사태로 1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가운데 청두에서도 4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 여파로 시 외곽의 허술한 건축공사장에서 주로 사고가 났다고 시민들은 전했다.

큰 건물도 외벽은 겉보기에는 멀쩡했는지 모르지만 안에서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천루이(40)는 주 기둥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사무실과 사무실을 가른 벽면이 요동쳤고 유리창은 박살이 나거나 균열이 사방으로 났으며 사무실 안 집기는 성한 게 없었다고 전했다.

아파트 공사장에는 인기척마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적막했다.

청두는 서부대개발의 거점으로 시내 곳곳이 공사판일 만큼 개발이 한창인 상태였다.

청두에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한국 교민인 김모씨는 "가족들을 데리고 호텔로 피신했다"며 "추이를 봐가며 가족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낼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시정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지진 소식을 전해들으며 빨리 구조작업이 이뤄지길 학수고대했다.

그러나 비가 내리는 데다 도로마저 막혀 구조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진앙지인 원촨 지역은 도로가 막혀 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촨 지역 주민 6만여명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베이촨현의 한 고등학교에서 1000여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매몰된 것이 추가로 발견되는 등 피해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주자이거우와 황룽,어메이산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아름다운 자연풍광의 출발지이자 삼국지의 고향인 청두 시민들은 공포 속에 뜬눈으로 이틀 밤을 지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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