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사관학교로 불렸던 전 뱅커스트러스트(EX-BT) 인맥이 25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서울 가든호텔에서 열린 오찬 모임에는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을 비롯해 최동훈 BT 초대 한국 대표(전 동방페레그린증권 사장),임기영 전 도이체방크 아시아 부회장,이찬근 하나IB증권 사장,신동기 노무라증권 전무,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리토 카마초 크레디트스위스 아ㆍ태 부회장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때 미국 유수 은행 중 하나였던 BT는 파생상품 관련 손실로 1999년 도이체방크에 인수됐지만 옛 BT 한국지점 출신들은 국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래서 금융계에서는 이들을 '실패한 금융사의 성공한 금융인들'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금융계에서 BT 한국지점 출신들이 잘나가는 이유는 뭘까.

최동훈 전 대표는 "업계 최고 대우로 일류 인재를 뽑고 그들 사이에 경쟁 심리를 유발시켜 스스로 열심히 일하는 문화를 조성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민 UBS아시아 대표는 "선배들이 도제 식으로 가르쳤고 동료 간 경쟁의식도 치열해서 일하는 분위기가 다른 회사와는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등 신상품 마케팅에 먼저 뛰어든 것도 주효했다.

이찬근 사장은 "회사 문화가 항상 '새로운 것을 하자'는 것이었다"며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 상품을 도입하려다 보니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옛 직장을 회고했다.

투자은행(IB)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이들이 실력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이들은 서로 밀어 주고 끌어 주는 등 끈끈한 관계를 이어 왔다.

BT 한국 대표를 지낸 강정원 행장은 BT 출신인 최영한 국민은행 부행장,문일수 국민은행 자본시장 본부장 등을 스카우트했다.

계열사인 KB자산운용 이원기 사장도 BT 출신이다.

황 전 회장은 삼성증권 사장 시절 임기영 전 부회장을 전무로 영입했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이찬근 전 대표에 이어 이병호 전 대표,박상용 현 대표까지 BT 출신이 대표직을 3연패하고 있다.

BT와 함께 씨티그룹 체이스맨해튼(현 JP모건) 등을 외국계 금융 인맥으로 꼽을 수 있다.

씨티 출신으론 하영구 씨티은행장,민유성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도기권 전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등이 있으며 강정원 행장도 씨티그룹에서 일한 적이 있다.

체이스맨해튼 출신으로는 최동수 전 조흥은행장,김영종 비자코리아 사장,최현재 GE커머셜파이낸스 대표,최석진 전 한국푸르덴셜생명 회장 등이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뱅커스트러스트(BT) 한국지점 출신 금융인

◇강정원 국민은행장◇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김성태 대우증권 사장◇로버트 팰런 전 외환은행장◇이찬근 하나IB증권 사장◇박상용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임기영 전 도이체방크 아시아 부회장◇신동기 노무라증권(홍콩) 전무◇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김충곤 와코비아은행 한국 대표◇박장호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한국 대표◇홍기명 BOA아시아 글로벌마켓 대표◇박민 UBS아시아 파생상품분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