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형량 줄이려는 의도된 거짓진술"

안양 초등학생 이혜진(11).우예슬(9)양 납치.살인사건 피의자 정모(39)씨가 검거 이틀만인 18일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시신유기 과정에 대해 그동안 굳게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정씨가 두 어린이 실종 당일인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9시께 집 근처에서 렌터카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내 두 어린이를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또 두 어린이의 시신을 자신의 집안 화장실로 옮겨 톱으로 절단 한 뒤 이 양은 수원 호매실나들목 근처 야산에, 우양 시신은 시화호와 연결된 교차로에 각각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범행에 사용한 톱은 안양에서 구입했으며 범행 후 자신의 집 근처 공터에 버렸다면서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범행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어제(17일) 오전까지도 범행자체를 부인하던 정씨가 실종당일의 알리바이를 깨는 증거를 들이대자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고 심문과 설득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씨와 동향인 한 형사의 호소와 설득을 받고 그동안 말을 하지 않던 범행과정 등을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거 직후 경찰과 언론 앞에서 차분하고 분명한 어조로 결백을 주장했고 경찰 조사과정에서도 범행 여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가 자신의 알리바이가 깨지는 시점에서 부분적으로 범행을 인정해 온 것을 보면 정씨은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두 어린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야산과 하천에 따로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보다는 우발적인 교통사고로 인한 범행으로 몰고 가 형량을 줄이려는 계산된 자백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경찰도 ▲시신과 렌터카에서 교통사고로 판단할만한 충격흔적이 없으며 ▲도로의 사고흔적과 목격자가 없는 점 ▲정씨가 주장하는 교통사고 시간(오후 9시)과 렌터카 대여시간(오후 9시 50분)이 다른 점 등으로 미뤄 정씨의 주장은 살인혐의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진술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이날 오전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지금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 렌터카 혈흔과 정씨의 일부 자백으로 정씨의 신병을 구속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정씨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확증없이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에 대한 공소유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안양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