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긴급 설문..투자전략 "저점매수" vs "관망" 엇갈려

17일 주식시장이 미국발 악재로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이 지속하고 있는 만큼 코스피지수가 일단 1,500선까지 밀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각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은 현재 가장 큰 악재는 시장 내 불확실성이라고 진단하고 무엇보다 이 같은 위기의 끝을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그러나 향후 투자전략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저평가 상태인 만큼 저점 매수에 나서야한다는 의견과 현금비중을 높이는 등 관망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엇갈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한때 60포인트 이상 급락하면서 1,537선까지 밀렸으나 장 후반 프로그램 매수세 등을 포함한 기관의 선전으로 전날보다 25.82포인트(1.61%) 하락한 1,574.44에 마감됐다.

◆ "최대 악재는 끝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 = 최근 증권시장 급락의 최대 악재는 일단 미국의 신용경색에서 출발한 시장 내 불확실성을 꼽았으나 무엇보다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아시아 금융시장 개장을 앞두고 재할인율을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내리고, 오는 18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최대 1.00%포인트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대책이 나오고 있으나 유동성 위기로 인해 JP모건으로 인수된 베어스턴스가 월스트리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일한 금융회사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FRB 등 미국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잇따라 각종 처방전을 내놓고 있으나 제대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센터장은 "FRB가 이번 위기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제대로 약효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 배경에는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각 증권사 센터장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주가 미국 신용위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센터장은 "미국 투자은행들의 추가실적 발표와 FOMC의 회의 등이 예정돼 있는 이번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시장상황이 악화해 최악의 한 주가 되겠지만 그만큼 미 금융당국의 대응도 강력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진투자증권 박희운 상무는 "미국시장 안정화의 계기는 미국 투자은행의 실적발표가 될 공산이 크다"며 "미국 투자은행들이 지난해 4.4분기에 많은 손실을 털어낸 만큼 이번 실적 발표에서 손실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코스피 1,600 붕괴.."1,500선대 초반이 추가 지지선..극단적 저평가상태" = 증시전문가들은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했던 코스피 지수 1,600선이 무너지자 다음 지지선은 1,500선 초반대를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급락세가 지속하는 장세에서는 추가 지지선을 설정하는 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삼성증권은 1,540선에서 1,715사이에서 횡보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교보증권은 1차 지지선으로 1,550선을 제시하고 상황에 따라 1,52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일단 기술적인 지지선으로 1,550선을 제시한 뒤 향후 추가 악재가 나올 경우 1,500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지만 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그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500선 초반대를 제시했으며 메리츠증권은 1,500선이 1차 지지선이지만 추가 하락시 1,45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부 센터장들은 현재와 같은 급락장에서는 지지선 설정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으나 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역사적인 저평가 상태라고 소개했다.

대우증권 홍 센터장은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지선을 말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다만 주가이익배율(PER)은 역사적인 저평가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센터장도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이익배율(PER)이 10배 이하로 내려간 경우는 IMF 구제금융 당시와 2000년 IT버블, 2004년 카드버블 사태 등 3차례에 불과했다"면서 "따라서 현 상황은 극단적인 저평가 상태"라고 설명했다.

◆ 투자전략 "쉬는 것도 투자" vs "지금이 주식 살 때" = 증권사 리서츠 센터장들은 투자전략과 관련해서는 극명하게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을 내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적인 저평가 상태인 만큼 주식 매수 또는 분할 매수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 흐름을 감안해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 등 수출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 센터장은 "시장의 불안이 대외 외생변수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낙폭 과대라는 이유만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주요 지지대 설정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적극적인 시장 대응보다는 관망 자세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센터장은 "현 지수대에서 추격 매도를 자제하는 한편 적극적인 저가매수차원에서의 주식비중 확대는 2.4분기 중에 탐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