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계모에게 맞아 살해된 울산 우영진(6)군은 보호받고 행복을 누려야 할 가정에서 오히려 폭력에 노출돼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우군은 평소 얼굴과 목 등에 멍 등 구타 흔적이 있었고 이를 이웃들이 발견했으나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촉구되고 있다.

경찰은 구속된 계모 오씨(30)가 아들 우군의 뺨을 손으로 때리고 등과 얼굴, 온몸 등을 둔기로 6∼7차례 심하게 폭행해 쇼크사로 숨진 것으로 판단하고 상습 폭행행위 등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지난 2002년 4월 울산시 남구에서 아버지(32)와 생모(29)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우군은 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따뜻한 부모의 정을 제대로 느껴보기는 커녕 상당 기간 '끔찍한' 가정폭력에 노출되는 등의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태어난 지 1년 8개월만인 2003년 12월 부모의 이혼으로 고모 집에 맡겨진 우군은 3년5개월 정도 맡아 길러온 고모에게 사정이 생겨 지난해 4월 다시 아버지에게 보내졌다.

우군의 고모부는 "영진이는 밝고 쾌활했을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도 잘다니고 밥도 잘먹었다"며 "왜 영진이를 (아버지 집에) 보냈는지 너무 후회스럽다"고 울먹였다.

아버지가 같은해 10월 고교때부터 알았던 계모 오씨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우군에게는 운명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경찰 탐문조사에서 우군이 다니던 유치원 교사, 이웃 주민들로부터 우군의 뺨이 자주 빨갛게 부어 있었고 목에 긁힌 상처가 있는 등 폭행 당한 흔적이 자주 발견됐다는 진술들이 터져 나왔다.

우군의 유치원 교사들은 "영진이가 새 엄마에게 폭행당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말문이 막혔다"며 "평소 목 부위에 상처가 있어서 따져 물었더니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엄마에게 혼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치원의 한 교사는 "영진이가 얼마나 괴로워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저민다"며 "영진이가 더 이상 맞지않는 좋은 세상에 갈 수 있도록 밤새워 기도했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 김모(46.여)씨는 "영진이가 평소에도 뺨이 빨갛게 부어 있는 등 폭행 흔적이 있었다"며 "제때 신고를 하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처럼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또 노출까지 됐지만 이웃 등의 신고를 통한 전문기관의 보호로 연결되지 못하는 등 '사회적 외면'속에 우군은 꽃다운 삶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울산시 아동보호전문기관(관장 박유선)의 한 관계자는 "영진이의 사건은 주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나쁜 결과를 낳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행 아동보호법은 아동이 폭력에 노출됐을 때 홍보가 되도록 학교와 학원 교사들을 신고의무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1577-1391)를 하면 조사를 벌여 부모에 대한 지도나 부모와의 격리, 심할 경우 경찰에 조사를 의뢰해 아동폭력의 재발을 막고 있다"며 "그러나 가해자가 문을 잠그고 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폐쇄적인 경우가 많아 부모들의 잘못된 훈육 의식이 바뀌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에서 248건의 아동폭력 사례가 신고됐고, 이 중 이혼한 부모 등이 신고한 경우가 28.6%로 가장 많았으며 사회복지종사자 16.8%, 교사 13.3%,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8.9% 등으로 나타났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lee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