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3일 '외환은행 헐값매각 및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에 대해 사법처리 여부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도 해제해 사실상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4월까지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키로 한 론스타로서는 큰 부담을 덜게 됐다.

송해은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레이켄 회장이 헐값매각과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향후 그가 제출하는 자료를 검토하고 참고인 등 광범위한 조사를 한 후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늘로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1차 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송 기획관은 "그레이켄 회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으며 그가 출국하더라도 다시 들어오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그레이켄 회장에게서 자료를 추가 제출받고 그의 진술과 배치되는 진술을 했던 국내 참고인 추가 조사,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ㆍ마이클 톰슨 법률고문ㆍ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 범죄인 인도절차가 진행 중인 3명에 대한 조사 등 수사를 계속해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송 기획관은 "'2차 조사'는 우리 나름으로 정해둔 기간이 있어 이른 시일 내에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레이켄 회장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검 중수부는 그레이켄 회장이 지난 9일 자진 입국함에 따라 14일부터 소환해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은행 인수자격을 취득한 경위와 외환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에 관여했는지,정ㆍ관계를 상대로 불법로비를 벌였는지,허위감자설을 유포해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는지,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의 역할은 어떤 것이었는지 등을 하루 12시간씩 조사했다.

송 기획관은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두 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근접한 진술을 확보했고,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을 상당부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레이켄 회장 측 인사와 쇼트 부회장,스티븐 리 전 대표,톰슨 고문 등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확보해 이들이 범행을 논의한 정황을 포착하는 등 두 사건 재판에서 검찰 측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레이켄 회장의 2차 출석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쇼트 부회장 등 3명이 언제 인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송 기획관은 "수사중단이 아니라 수사 중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수사는 장기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키로 한 론스타로서는 큰 고비를 한 차례 넘긴 셈이 됐다.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사법처리 여부가 무기한 유보된 데다 두 사건 재판에서도 한국정부 관계자의 잘못은 논외로 하더라도 론스타 측은 잘못이 없었다는 결론이 날 수 있어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