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금융 당국은 밥그릇 챙기기 싸움에 여념이 없다.

주가폭락 등 금융위기에 대응한 '워치 독(시장 감시자)' 역할은 뒷전이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될 금융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놓고 관료(금융감독위원회)와 민간조직(금융감독원)이 드러내 놓고 전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금융관료들은 금융정책뿐만 아니라 금융감독 권한도 금융위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감원은 감독규정의 제ㆍ개정권은 금감원이 행사해야 관치도 막고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관료들 생각대로 금융위 설치법안이 마련되자 금감원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의원을 상대로 정부조직 개편안 저지 로비에 나섰다.

지난 10년간 '한지붕 두가족'이었던 금감위와 금감원은 큰 불협화음 없이 '누이좋고 매부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같은 수장(首長) 밑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분담해왔다.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이 적절한 선에서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왔던 것.하지만 새 정부에는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분리된다.

수평관계가 상하관계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금융감독 권한을 놓고 벌써부터 양측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으로 기록될 김용덕 위원장은 23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금감위와 금감원이 다투는 모습이 유감스럽다"고 양측의 조정을 시도했다.

김 위원장은 또 금감원의 비상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직원들의 독자행동을 금지했다.

이에 금감원 노조는 "비대위 구성은 자구행위이다.

금감원장은 더 이상 비대위 해체를 말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금감위와 금감원이 밥그릇 싸움에 매달리면서 금융시장 안정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전세계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23일에서야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금감위와 금감원이 다투기보다는 금융선진화를 위한 감독시스템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경제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