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전격 인하한 데 대해 월가의 반응은 의외로 냉정하다.

물론 기준 금리 인하가 글로벌 증시의 폭락세를 진정시키고 미 경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경기 침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FRB가 계속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경기 침체를 예방하거나 경기침체 기간을 단기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살아 있다.

FRB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월가의 심정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를 운영하는 '채권왕' 빌 그로스의 말이다.

그로스는 이날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FRB가 금리를 0.75%포인트 전격 인하한 것은 현재 미 경제가 처한 상황을 표현하는 슬픈 고백"이라고 말했다.

FRB가 시장 상황에 떠밀리다시피 기준 금리를 내린 것을 빗댄 얘기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는 한층 슬픈 상황에 처했다"며 "FRB가 기준 금리를 연 2.5~3% 수준으로 빨리 떨어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월가 전문가들도 FRB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한 것은 평가하지만 시기를 놓쳐 효과는 반감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위스는 "FRB의 조치가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미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RB의 조치가 다소 늦은 감이 있으며 이에 따라 미 경기도 침체 상태로 이미 굴러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금리를 내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업 실적 등에 비해 주가는 10%가량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고 말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니겔 골트도 "FRB의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며 "FRB는 이제 경기 침체를 최단기로 끝낸다는 목표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FRB 이사를 지낸 로렌스 마이어는 "FRB의 노력을 평가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하가 효과를 내려면 오는 30일 열리는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추가로 0.5%포인트 떨어뜨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재계나 해외 관계자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던컨 니더라우어 뉴욕증권거래소(NYSE) 유로넥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열린 재계 모임에서 "FRB가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는 예상했으나 0.75%포인트까지 떨어뜨려 놀랍다"며 "이 조치가 시장의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앨런 멀랠리 포드자동차 CEO도 "대폭적인 금리 인하가 효과를 낼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며 "이 같은 조치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외담당 이사인 마수드 아메드는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은 이미 불가피한 일이 돼 버렸다"며 "이런 상황에서 FRB가 금리를 내린 것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아킨 알무니아 유럽연합(EU) 경제 및 통화담당 집행위원도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린 것은 경제 상황에서 적절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