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BBK 사건이 5일 큰 고비를 넘는다.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 검사 등 수십 명으로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지 1개월 만에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사활을 걸고 다퉜고 김경준씨 가족이 총동원된 사건이었던 만큼 수사 발표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표를 하루 앞둔 4일 검찰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대형 사건의 경우 검찰 수뇌부의 움직임이 분주하게 마련이지만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는 눈에 띄는 급박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듯 검찰은 5일 BBK 사건과 관련해 특별한 보도자료를 내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미정이긴 하지만 수사 발표자가 주요 의혹에 대해 설명하는 선에서 공식발표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BBK 사건이 피튀기는 정치권 공방과 달리 특별히 발표할 것이 없는 불발탄 사건으로 귀결됐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BBK 사건 말미의 최대 관심사였던 이면계약서에 대해 검찰은 위조된 문서라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면계약서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의 실소유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하며 김씨 가족이 제시한 문서였다.

검찰은 문서 검증 등을 통해 이면계약서의 종이가 미국 회사 제품임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가족들이 미국에서 이 후보의 인감도장을 이용해 급히 위조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씨에 대해선 사문서 위조 혐의가 추가될 공산이 크다.

이면계약서 위조로 인해 이 후보의 주가 조작 혐의도 자연스레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는 후문이다.

실소유자가 아닌 이 후보가 김씨의 주가 조작에 가담해 이득을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은 이 후보가 주가 조작을 사전에 알았거나 주가 조작으로 생긴 이익을 나눠 가졌다는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최소한의 단서였지만 헛방으로 끝나 검찰조차 허탈해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김씨의 횡령 혐의에 대한 이 후보 연루 의혹도 사실무근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검찰은 어느 하나 속시원히 얘기해주지 않고 있다.

검찰은 4일까지도 "(계좌 추적 등) 필요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여러 가지(수사 결과)를 정리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별로 안 이뤄졌다"며 입을 닫았다.

이날 오전 정례보고를 통해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발표내용을 의논할 것으로 알려졌던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도 돌연 정례보고를 취소하는 등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검찰이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보이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병일/문혜정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