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29일 실시한 2008학년도 수시 2학기 논술고사에서 고교 교과서 지문을 중심으로 과목별 통합교과 형태의 문항을 출제했다.

교과서 지문이 대입 논술문항의 제시문으로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교과서에서 논술 제시문이 출제됐기 때문에 지문의 독해는 쉬웠겠지만 요구조건이 까다로워 수험생들이 느낀 체감 난이도는 높은 편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는 이날 1단계 서류전형을 통과한 인문계와 미술대학 응시자 745명이 수시 2학기 논술고사에 응시했다고 밝혔다.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3시간 동안 2500자(±300자)를 서술했다.

서울대 논술고사의 주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제시문 (가)는 고교 경제 교과서에 소개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가운데 일부.시장경제와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를 설명하는 대목이 지문으로 출제됐다.

제시문 (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이외의 다양한 경제체제와 관련 된 글 4편으로 구성됐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관한 논쟁,사회 교과서에 나온 미크로네시아 야프 섬의 화폐 사용 사례,서양 중세의 자급자족적 장원경제,'무소유 공동체'를 주장하는 일본 '야마기시즘' 등이 나왔다.

제시문 (가)와 (나)에 등장한 2편의 글은 교과서에서 발췌한 글이다.

서울대는 제시문 (나)에 제시된 네 가지 경제체제의 특성이 '국부론'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지 혹은 시장경제 체제가 그대로 유지돼야 하는지에 대해 기술토록 했다.

또 '국부론'에 나온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핵심 요소가 다른 경제체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하라는 문제도 나왔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진정한 통합교과형 시험이라면 문과와 이과 지식을 넘나드는 문제가 출제돼야 하지만 공교육 현장과의 괴리를 피하기 위해 통합의 정도를 낮게 잡아 경제 사회 역사에 대한 학문 융합적 접근만을 요구했다"며 "정시 논술에서는 과목 간 통합의 정도를 더 높이고 문제의 형태도 약간 바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쓴 판에 박힌 글,주장만 있고 논거가 불충분한 글 등은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는 수시 2학기 특기자 전형으로 1단계 서류전형 점수,면접·구술 점수,논술 점수를 각각 50%,30%,20%씩 반영해 인문계 224명,미술대학 40명을 최종 선발할 계획이다.

논술 시험을 치르지 않는 자연계와 지역균형선발 응시자들은 면접ㆍ구술만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