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가 삼성의 비자금을 이용해 해외의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하면서 홍 여사가 관장으로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 컬렉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 관장은 서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한데다 시아버지 이병철 전회장이 해방 후부터 시작한 미술품 컬렉션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수준 높은 안목을 갖추고 미술품을 수집하는 미술계 큰손이다.

한 월간미술잡지가 매년 선정하는 한국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을 꼽는 설문조사에서도 매년 홍 관장이 1위를 차지해왔다.

삼성측이 "홍 관장이 개인돈으로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고 밝힌 개인 컬렉션의 내역을 알기 어렵지만 리움이 상설전이나 기획전, 소장품 선집 등을 통해 일부 공개한 소장품 내용을 보면 홍 관장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삼성문화재단이 밝히고 있는 리움 소장품의 규모는 고미술, 현대미술을 통틀어 1만5천여점. 이 가운데 한국 근현대미술품이 3천여점, 외국 미술품이 800여점으로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외국 미술품 컬렉션의 역사는 약 20년 정도다.

특히 1994년 홍라희 여사가 호암미술관 관장으로 취임하면서 현대미술 부문에 집중 투자됐으며 2차대전 전후부터 현재까지 미술사의 흐름을 따라 주요 작가의 대표적인 경향이 드러나는 A급 작품을 구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04년 10월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하면서 마리오 보타(고미술관), 장 누벨(현대미술관), 렘 쿨하스(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등 세계적인 현대건축가들에게 미술관 건축을 의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단 측은 그러나 소장품 중에는 "서미갤러리를 통해 홍 관장이 구입했다"고 김 변호사가 주장한 작품들은 포함되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리움의 야외 광장은 리움 컬렉션을 대표하는 고가 해외 조각작품을 설치하는 장소다.

움직이는 조각으로 잘 알려진 알렉산더 콜더의 높이 742㎝ 크기 철제 조각 '큰 주름(1971년)'이 개관 때 설치됐다가 지난해 개관 2주년 즈음부터는 프랑스 출신 여류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가 모성애를 상징해 암거미와 새끼거미를 만든 '마망'과 '스파이더'로 교체됐다.

모두 구입가격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 태평로의 로댕갤러리가 1999년에 개관하면서 설치한 프랑스 근대조각가 로댕의 청동조각 '지옥의 문'은 리움 조각 소장품 중 대표적인 명품이며, 무어, 아르프, 노구치, 마리니 등의 작품, 자코메티의 인체조각 '거대한 여인'(1960년) 등은 리움이 소장품의 하이라이트라고 자부해왔던 작품이다.

그림 중에서는 프랭크 스텔라의 '검은 독사'(1965년),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집'(1997년)', 색면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무제(1962년)' '네개의 붉은색(1957년)',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안에 있는 인물'(1962년), 윌렘 드 쿠닝의 '무제'(1947년), 장 뒤뷔페의 '풍경'(1953년), 앙리 마티스의 종이오리기 작품 '오세아니아, 바다'(1946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696백조' 등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 세계미술계를 장악했던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컬렉션도 리움 소장품의 핵심 중 하나다.

선반을 연상시키는 도널드 저드의 조각, 댄 플래빈이 형광등을 이용해 만든 조각, 전시장 바닥에 펼쳐 전시하는 칼 안드레의 조각, 앤디 워홀의 작품 '마흔다섯개의 금빛 메릴린', 올덴버그, 시걸의 조각 등이 대표작들이다.

1960년대 말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글씨를 이용한 그림을 그리는 톰블리의 작품, LED전광판을 작품에 이용하는 제니 홀저, 미야지마 등의 작품도 수집했고, 2000년대에는 구르스키, 슈트루스, 테일러 우드, 제프 월 등의 사진작품도 집중적으로 컬렉션했다.

최근에는 영국 스타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약장 설치작품 '죽음의 춤'(2000-2002년), 매튜 바니의 영상 및 사진 등을 소장해 21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을 좇아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