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확산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 청산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제금융센터는 19일 '최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점검'이란 보고서를 통해 "엔 캐리 관련 지표를 종합적으로 점검한 결과,향후 엔 캐리 청산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국제금융시장 투자심리 악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주가 급락,이머징 통화 약세 등으로 국내 자산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정부에 위기 가능성을 사전 경고하는 역할을 하는 국제금융센터가 엔 캐리 자금의 청산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엔화 강세와 고금리 통화 약세

보고서는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을 나타내는 변동성지수가 급등하고 엔 캐리 트레이드 대상이 던 주요 고금리 통화들이 엔화에 대해 약세로 돌아서는 등 엔 캐리 관련 지표들에서 엔 캐리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투자은행의 잇단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 '고백'으로 글로벌 신용 경색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미국 증시의 변동성지수(VIX:Volatility Index)와 신흥국 채권 가산금리(EMBI+)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우려가 한창이던 8월 중순~9월 초 수준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엔 캐리 청산 우려가 고조됨에 따라 엔화는 미 달러화뿐 아니라 대표적 엔 캐리 대상 통화인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강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는 이달 들어 19일 현재 호주달러화 대비 7.2%,뉴질랜드달러화 대비 4.9%,파운드화 대비 4.9% 절상됐다.

보고서는 이 밖에 △통화옵션시장에서의 엔화 콜옵션 가격 상승(엔화 강세 전망) 및 엔 캐리 대상 통화의 풋옵션 가격 상승(대상 통화 약세 전망) △엔화 강세로 인한 엔화 환산 주가수익률 급감 △대형 투자은행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 증가 전망 등을 엔 캐리 청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의 4분기 상각 예상 금액은 메릴린치 100억달러,씨티그룹 135억달러 등 이미 54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자산가치 급락이 문제

보고서는 주요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 축소도 장기적으로는 엔 캐리 청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은 금리 차가 커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국제금융센터의 윤인구 연구원은 "당장은 금리 차 축소로 인한 엔 캐리 청산 가능성보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엔 캐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펀드 등에서 손절매가 일어나 엔 캐리 청산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엔화를 빌려 투자한 펀드가 손실이 나 청산될 경우 빌렸던 엔화를 갚는 과정에서 엔화 가치가 오르게 되고 이 경우 다시 엔화 차입 부담이 커져 다른 펀드들까지도 엔 캐리를 청산해야 하는 연쇄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 등 고수익 위험자산의 가격 급락 시 엔 캐리 자금뿐 아니라 시장의 불안심리로 인해 엔 캐리 이외의 단기성 투자자금으로까지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며 "국제 통화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주가 하락 등 자산가격 급락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