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基 承 < 청주대 교수·경제학 >

국가 간 경쟁력에 관련된 성적표 하나가 지난주 발표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이라는 국제기관이 조사한 한국의 성적은 세계 11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23등에서 12계단이나 뛰어 오른 것이다.

국가경쟁력 순위는 그 국가의 신용등급과도 큰 관련을 갖고 있으며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때문에 이번에 우리의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대폭 개선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 관계부처의 입장에서는 여기저기 자랑도 하고 싶을 것이다.

내 자식의 내신석차가 어느 날 갑자기 12계단이나 뛰어 올랐다면 좋아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족집게 과외를 받은 것도 아니고 부정행위를 한 것도 아니라면 그렇게나 많이 올라간 성적표를 앞에 두고 과연 평가는 제대로 이뤄졌는지,실력에 합당한 성적을 받아온 것인지를 한 번쯤 곰곰이 따져 보는 것도 책임감 있는 부모의 자세일 것이다.

우리 경제의 객관적인 실력이 자리매김한 것인지 냉철한 자세로 성찰해 보고,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세계경제포럼의 경쟁력지표는 두 가지 데이터를 결합해 작성된다.

하나는 경제성장,기술적 역량,사회간접자본과 같은 통계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국가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자료다.

두 가지 자료를 결합시킬 때,대체로 통계자료 3분의 1,설문조사 자료 3분의 2의 비중으로 계산한다.

설문조사 자료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하지만 설문조사의 경우 그때그때의 느낌과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개입된다는 점이 늘상 이 평가지표의 한계로 거론돼 왔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의 평가에서도 지표의 객관성을 의심받을 만한 구석이 있다.

2005년 19위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2006년에 24위로 갑자기 5단계나 하락했던 것이다.

때문에 비등하는 여론에 정부 관계부처에서는 '주관식의 비중이 커져서…'라며 해명하기에 바빴다.

사실 이 기관의 경쟁력 지표에 대한 의구심은 외환위기를 전후한 시기에도 많은 논란거리였다.

외환위기가 진행 중이던 1998년에는 21위에서 19위로 순위가 상승한 반면,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었던 1999년에는 오히려 19위에서 22위로 낮아진 점 때문에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세계경제포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기관에서 국가경쟁력과 관련한 많은 지표들을 발표한다.

이들 기관이 발표하는 순위에 매번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이번에 받아든 세계 11등이라는 성적표 역시 자화자찬도,지나치게 인색한 폄하도 올바른 접근 자세는 아니다.

우리 경제의 오늘을 보는 외부의 여러 시선 가운데 하나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하나하나의 요소들을 면밀히 살피고,필요하다면 과감히 바꾸어서,굳이 경쟁력 순위를 말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강한 경제체질을 만드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 경제 내부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져 있는 부분이 아직도 많다.

세계경제포럼은 우리의 정부규제가 크게 완화된 것으로 평가하나 우리 내부에서는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기업인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재산권보호 및 법제도 정책결정 등의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약점이 지적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글로벌 수준에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노사관계의 불안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우리 경제의 오랜 아킬레스건이다.

한국경제가 갈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 11위라는 모처럼 만의 낭보를 접하면서,경제주체 모두가 국가경쟁력 제고와 경제 선진화를 향한 인식과 실행전략을 다시한 번 가다듬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