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보건대학원 정우진 교수, 여성 6천348명 조사결과 공개

아들을 둔 여성이 또 다시 임신했을 때 낙태하는 비율이 모두 딸을 둔 여성에 비해 무려 3.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외에 여성이 갖고 있는 종교도 낙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 교수는 2000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실태조사 자료에 참여한 15∼49세 여성 6천348명의 임신사례 1천217건을 분석, 남아선호사상과 종교가 낙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생물사회학저널(Journal of Biosocial Science)' 9월호에 게재된다.

연구 결과 이미 아들이 있는 여성들은 아들이 없는 여성들보다 임신을 했을 때 낙태를 하는 비율이 훨씬 높고, 여성의 종교가 기독교(가톨릭 포함)일 경우에는 낙태율이 유교(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 포함)와 불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기존의 자녀가 모두 아들(외아들 포함)인 경우 다음 임신 때 낙태를 하는 비율은 자녀가 모두 딸(외동딸 포함)인 경우보다 3.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들을 둔 여성의 낙태율은 외아들일 경우 16.5%에서 아들만 둘 이상인 경우 71.7%로 55.2%포인트 높아졌으나 딸을 둔 여성의 낙태율은 외동딸일 때 15.9%에서 딸만 2명 이상일 때 42.4%로 26.5%포인트 증가, 아들을 둔 여성의 낙태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이미 아들이 있는 여성들은 아들을 갖고자 하는 목표가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음 임신에서 낙태를 하는 비율이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여성들의 종교도 아들만 있는 경우와 자녀 수가 2명 이상인 경우에는 낙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와 유교를 믿는 여성들은 아들이 있을 경우 다음 임신 때 낙태를 하는 비율이 기독교를 믿는 여성보다 2.6배 정도 높았다.

정 교수는 "남아선호사상과 낙태 간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처음으로 기존 자녀 수와 성비에 따른 낙태율을 조사했다"며 "이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같은 저출산 사회에서도 남아선호사상과 종교가 여전히 여성들의 낙태 행위에 중요 변수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