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들이 사면초가 상황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는 이미 오래고,국제 경쟁에서도 선진국은 물론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쟁 대학들에도 밀리고 있다. 대학이 국가 발전을 선도하기는커녕 걸림돌이라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도 밖에선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영국의 더 타임스가 발표한 대학 순위에서 63위를 기록,베이징대(14위) 도쿄대·싱가포르국립대(공동 19위)에 형편없이 밀렸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지난 1일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서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는 샌드위치 상황을 타개하려면 인재를 천재로 키워야 하는데 교육시스템이 이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 데서도 한국 대학의 위기가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기업은 물론 공공서비스 등 다른 분야의 국제경쟁력과 비교해 볼 때 대학의 수준은 나라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는 고려대 장하성 경영대학원장의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대학이 가장 뒤떨어진 분야는 '국제화'.세계 대학들은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지만 한국 대학은 아직도 입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입시 지옥'은 좋은 인재를 해외로 보내는 '인재 유출' 현상을 점점 심화시키는 실정이다.

한국 대학들이 헤매고 있는 사이 아시아 경쟁 대학들은 멀찌감치 앞서 달리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미 '문화 민감성'이 높은 인재를 키운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 일하든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현지 문화에도 쉽게 동화할 수 있는 인재만이 살아남는 시대"(시춘풍 싱가포르국립대 총장)가 올 것이란 생각에서다.

한국의 몇몇 대학들도 최근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송도에 신설하는 국제캠퍼스에 미국 UC버클리를 유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연세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장애물이 너무 많다.

자유무역지대에 해외 대학을 유치해도 본국으로 이익금을 송금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한국경제신문은 대학의 경쟁력강화 없이는 높이기 위해선 '국제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세계 주요 대학들의 국제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