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오는 2100년께엔 한반도에서 매년 평균 58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심할 경우 피해 규모가 연간 328조원까지 이를 것으로도 예상됐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을 협의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기후변화 대응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한반도의 피해 규모 추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나와 주목된다.

환경부 산하 국책연구원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3일 '기후변화 정책분석 모델'을 이용해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기후변화의 피해비용을 분석,이같이 밝혔다.

이 분석에 따르면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별다른 대책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2100년에 지금보다 약 3도 정도 평균 온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에서만 매년 평균 58조원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기후변화가 현재 1년 예산의 4분의 1 이상에 달하는 경제적 타격을 가져온다는 것.

이번 연구는 △농업 △수산업 △임업 △건강 △생태계 파괴 등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반도체나 자동차 등 산업부분에 미치는 타격은 포함되지 않아 한반도에 기후 변화가 실제로 미치는 피해 규모는 연구결과가 제시한 수치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소 피해액을 2조원,최대 피해액을 328조원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전망은 세계적인 인구 증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중간 정도의 경제발전을 지속적으로 이뤄 연료 사용량이 크게 증가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또 2000년부터 210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누적 피해 비용은 9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2030년 이후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이후로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본격적으로 피해가 커지기 전에 예방조치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유엔(UN)의 기후ㆍ환경 관련 최고기구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막으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3%에 달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중 상당부분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점도 지적됐다. 한반도 주변 해류의 변동과 슈퍼태풍의 발생,한반도 식생의 전면 교체에 따른 생물종 멸종 등 대규모 시스템 변동에 대한 재앙의 규모가 매우 크고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항구가 수면 아래로 잠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그러나 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동참,교토의정서 감축목표(1990년 대비 5.2% 수준)를 이행할 경우에는 피해액이 22조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온실가스 감축대책과는 별도로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적응정책을 시행할 경우,2100년 연간 피해액이 47조원으로 11조원 정도 피해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 대책으로는 △기후 변화와 연관된 수자원 관리계획 수립 △기후 관련 재난 방재시스템 구축 △고온 경보 시스템 도입 △기후 변화에 대비한 새 경작방법 개발 등이 꼽혔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채여라 박사는 "기후변화 적응정책으로 온실가스로 인한 피해를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