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또 경기 펀더멘털 개선이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3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72개 채권형펀드의 연초 이후 지난 27일까지 평균 수익률은 1.29%에 불과했다.

연 환산 수익률은 4.09%로, 콜금리 운용 목표치인 4.50%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부진하다.

개별 펀드 중에는 한국운용의 '부자아빠장기주택마련채권A-1'이 0.96%(연환산 3.05%)로 가장 저조한 성과를 냈다.

또 대투운용의 '스마트플랜장기주택마련채권K-1'은 0.98%(연환산 3.11%)였고, 같은 회사의 '뉴개인연금채권S-1'와 '인베스트연금채권S-1'이 각각 1.01%(연 3.21%), KB운용의 'KB장기주택마련채권 1'은 1.06%(연환산 3.36%)에 그치고 있다.

특히 최근 채권 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최근 1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처럼 채권펀드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갖은 악재로 인해 최근 채권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을 염두에 둔 한국은행의 유동성을 옥죄기에 이은 사상최대규모의 외국인 선물 매수 포지션 정리, 또 최근에는 외화 차입 규제와 단기 자금 시장 경색 우려가 채권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국고채 금리는 장중 급등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점을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채권가격이 떨어지면(금리 상승)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뛰는 금리를 잡는 법이지만, 경기 펀더멘털이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전망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의 얼어붙은 심리가 쉽게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채권 금리가 장기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면서 채권 펀드 연간 수익률이 2%에도 못미쳤던 지난 2005년의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조중재 애널리스트는 "대외 수요의 호조, 기업들의 투자 시작, 금융권의 자금지원 등 한 동안 잊혀졌던 성장이라는 화두가 재등장하고 있다"며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투자가 주도하는 성장 사이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경제지표의 움직임은 성장 기대감이 충만했던 2005년 초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으며, 이는 당시 불발로 끝났던 성장에 대한 염원이 다시 표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조 애널리스트는 "이런 투자 사이클의 가동은 채권금리가 박스권을 상향돌파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본다"며 "보수적 투자전략을 유지하고, 회사채 매수 역시 발행자들의 눈높이가 시장 변화에 맞춰질 때까지 기다릴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권정호 애널리스트도 "최근 금리 상승 속도가 과도하게 빠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경기 펀더멘털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따라서 수익률 측면에서 큰 메리트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meolakim@yna.co.kr